매일신문

이가을, 3고(高) 를 생각하면서

일본의 신세대 처녀들이 손꼽는 좋은 신랑 의 3대 조건은 3고(高).첫째 키가 클것(高身長), 둘째 학력이 높을것(高學歷), 셋째 연봉이 높을 것(高年俸).

롱다리에다 동경대나 와세다대를 나오고 대장성이나 도쿄 검찰청, 아니면 봉급많은 다이와나 노 무라 증권사 같은데서 근무하는 신랑감 이라면 3고중의 3고로 쳐준다는 얘기다. 그러나 3고 조건은 어디까지나 일본판 마담뚜들이 만들어낸 신랑 등급기준일뿐 대다수 일본의 모 범적인 보통 가정에서는 3고의 조건이 이왕이면 다홍치마 정도로 여기는 충분조건에 지나지 않 는다.

어디까지나 인물중심, 당사자 위주의 배우자 선택을 한다. 이런 저런 조건에 눌려 당사자의 인간 적 약점이 드러났는데도 어리석게 결혼을 이어가지 않는다. 그게 일본 신세대들의 결혼 사고다. 3 고 조건을 보고 결혼 했는데 막상 신혼여행 가보니까 마마보이 더라는 판단이 들면 미련없이 늦 기전에 이혼을 선언하고 돌아서 버린다. 자기인생은 자기가 선택한다는 적극적이고 자아가 강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신세대 사이에서 생겨난 유행어가 나리타 이혼 ( 하네다 이 별 이라고도 한다)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나리타 공항에 내리는 즉시 이혼. 시댁아닌 친정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괌이나 하와이에서 틀어지면 귀국 비행기에서 부터 아예 예약된 좌석도 떨어져 앉아 버린다고 한 다. 열쇠 몇개씩 받았으니까 우물쭈물 불만이 있어도 넘어가는 한국식의 참을성 있는(?)신혼들은 거의 없다.

나리타 이혼 이 쉽게 통하고 유행될수 있는데는 일본 기성세대의 신사고 영향도 크다. 상당수 부모들은 문제가 있다면 일찍 헤어지는게 낫다 는 사고로 귀여운 딸이 나리타 이혼 을 하고 혼 자 돌아와도 참고 돌아가서 그 집 귀신이 되라 고 다그치지 않는다. 아들쪽 부모 역시 네가 누 구냐 3고 짜린데…. 뚜에게 부탁만하면 새신부감이 줄을 선다 고 다독 거린다. 이혼을 도와주기 위한 강좌도 호황이다. 싱글벙글 이혼강좌 나 이혼112 같은 상담기구가 그런 것들이다. 이혼율 12%%, 장사가 될수 밖에 없다. 얼핏 생각하면 참 고약하다 싶은 일면으로 보인 다. 그러나 혼례문화 전체를 관조해보면 우리의 열쇠 3개처럼 3고가 있는 유사한 혼례문화지만 그래도 일본의 경우는 염치와 자아의식,검소와 합리같은 것들이 담겨있다. 며칠전 서울서 열린 혼례문화 문제와 대안 이란 토론회서는 한국의 연간 혼례비용이 12조 2백억 원을 초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예산의 18%%와 맞먹는다. 검소한 일본 혼례비용의 6배다. 인구비율을 감안하면 18배가 넘는다. 국력과 소득, 나라살림 형편 을 따지자면 염치나 합리는 고사하고 독도나 총독부 철거를 떠드는게 낯부끄러울 정도로 진정한 자아의식이 없다.하긴 여당 국회의원이 제자식 장가보낸다고 대량 감원바람으로 실직자들 한숨이 담긴 하늘에다 비행기를 날리는 나라니까 염치니 검소니 합리같은건 따질 게재도 못된다.되돌아 보면 혼례문화가 호사스런쪽으로 흘러 가도록 물꼬를 은근히 티워준 쪽은 분수 넘친 가정의례를 나름대로 경계하고 억제했던 군사정권이 아닌 지금의 문민정부 였다. 인사와 경제 하나는 확실하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문민정부가 혼례문화쪽에도 선무당 사람잡듯 일을 그르쳤던건 93년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호텔에서의 예식허용, 피로연 허용등 개악(改惡)쪽으로 손댔던 부분.

요즘 웬만한 서울 호텔의 결혼식장엘 가보면 하객 뷔페값과 이벤트 예식비용은 수천만원을 넘는 다.특급호텔에서 수천만원짜리 예식을 할 정도로 권력과 금력을 쥔 사람들이라면 축의금만 해도 몇곱절 남으니까 밑질것도 없다.

그런 계층이 두터워져 갈수록 사회정의와 국민정신. 기강이 흐트러져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두려워 해야할 것은 일부 특수계층의 호사스런 방자함이 아니라 그들의 부패와 타락이 서민들의 양심까지 무디게 오염시키고 허세와 몰염치를 번지게 하는데 있다.

나라를 망치는 것은 백성이 아니라 항상 권력있고 힘있는 상층부의 부패와 타락에서 비롯됐던 것 이 역사의 교훈이다. 가을 결혼시즌, 일본의 3고(高)와 함께 우리의 흐트러진 모습을 다시한번 생 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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