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들의 유행어에 공주병 왕자병 이라는게 있다는데 결혼식을 황실처럼 화려하게 치르고 싶은 병도 있는 모양이다. 어떤 국회의원 아들 결혼식에 경비행기가 등장했다는 신문보도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가 졸부나 서툴게 권력을 맛본 이들의 유치한 과시욕이라고 치부하고 말 일인지 의문이다.
언제부턴가 예비신랑.신부가 결혼식을 앞두고 경치좋은 곳에서 영화의 한장면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촬영, 비디오촬영을 하는 행사가 빠뜨릴 수 없는 절차가 되었다. 결혼성수기가 되면 우리대학의 캠퍼스에서도 이런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듣자니 심한 경우에는 웬만한 사람의두어달 월급을 넘어서는 비용이 사진이나 비디오촬영에 든다는 소문이다.
노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조카의 결혼사진첩을 보고 절감한 적이 있다. 젊은 아이치고는보수적인 구석이 많고 계면쩍은 짓은 좀체 안하던 조카도 이런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가보다. 더 놀란 것은 그 사진첩의 조카는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내가 아는 조카와는 너무 다른모습으로 보여서였다. 안개가 핀 듯 몽롱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그 사진들은 어디선가많이 본듯한 영화배우 사진으로 보일 뿐, 실물감이나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결혼식 절차를 상품으로 기획하는 이벤트회사의 장삿속에 휩쓸려 평범한 보통사람들도 이제 스타 처럼 폼잡는 결혼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는 것 사진밖에 없다 고 유난스레 사진찍는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지만 이렇게 환상적인 사진만 찍어내다가 정말남는게 사진밖에 없는 결혼이 되면 어쩌나?
〈경북대교수.사회학〉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