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모든 물체는 그 형태와 색깔이 있다. 자연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각기 그 모습과 색깔이 있다.

색깔 중에서 나는 흰색에 대해 항상 많은 생각을 가진다. 어느 색과도 잘 어울리고 어떠한 색이라도 수용을 한다. 그래서 한 때 승용차를 구입 할 때 흰색선호도가 그렇게 높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민족이 백의를 숭상하고 흰색을 사랑한 민족이었음이 아마 내면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애정이 가는 색이다.

봄의 꽃들은 모두가 부드럽고 정겨운 색으로 우리를 즐겁게 한다. 여름은 여름대로 녹음청색이 아름답다. 그렇지만 무성한 숲에 비 내리며 깔리는 하얀 안개의 아름다움과 모내기 한 들녘에 흰옷 입은 농부는 더 아름답다. 여기다 한가히 서있는 왜가리의 모습이 함께 할 때의 아름다움이란 쉽게 말할수가 없다.

흰색은 백옥같다느니 깨끗함이니 하는 수식어로 흔히 예찬을 한다. 청산의 벽계수도 폭포에서 떨어지는 백옥같은 빛이 있어 아름답고 만경창파도 파도에서부서지는 흰 파도가 있기때문에 흰색의 아름다움이 더 돋보이는 것일게다.

지난 날에는 흰 돛단배가 강에도 바다에도 있었건만 문명이란 것이 세상의 흰색을 오염시키고 인간사회에서는 순결이란 말이 점점 사라지면서 백색을 추방하고 있다. 인간의 발자취를 거부하는 히말라야 설산을 사람들은 숭배하고 알프스 설령을 그리워 한다.

이 땅에도 가을이 지나면 흰 눈 내리는 겨울이 온다. 그때 온 세상은 하얀 색으로 덮인다. 오직 흰 색깔이다. 거기엔 빨강색도 파란색도 노란색도 모두가 백색 일색이다.

많은 사람들은 은연중 자신을 겨울의 이 흰색에 비추며 오늘을 살아 가고 있다. 인간이 제 아무리 깨끗하고 순결하다 해도 어찌 여기에 견주며 비교해 살아 갈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눈이 없거나 해마다 눈의 양이 적어지는 요즈음그저 가슴속에 흰 눈을 그릴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흰 눈은 그 하얀 색깔때문에 나는 항상 흰색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효성가톨릭대부교수.동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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