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이 지나 현관을 나서는데 직원 몇명이 땀에 범벅이 되어 들어선다. 양손과 어깨엔 각종장비가 주렁주렁 달려있고 햇볕에 그을린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과적차량 단속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이라고 한다.
밤늦은 시간에도 청사에 불이 켜진 사무실이 있어 들러 보면 일에 매달려 바쁜 직원들을 자주 보게 된다. 또 간혹 불법주차나 노점상 단속을 하다가 심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다쳐서 입원까지 하는 직원도 보게 된다.
나는 이런 우리 직원들을 신뢰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내가 공직을 맡기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에 대한 시각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잘 것 없는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국민의 세금과 시간이나 축내며, 간혹 엉뚱한 욕심이나 부리는 그런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공직에 들어선후 직원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들은 박봉에 대한 불만도 크긴 하지만 실추된 그들의위상에 대해서 불만이 더 큰 것 같다. 어떤 직원은 말도 마이소, 사정 바람이 불거나 무슨 큰 일만 터졌다하면 공무원은 전부 도둑놈이 되고 맙니다 라고 푸념한다.
물론 물을 흐려 놓는 못된 사람이 가끔 있기 때문에 공직자가 매도당하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대하고 있는 우리 직원들 대부분은 선량하고 맡은 일에 충실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공직자를 공복(公僕, 영어로는 public servant)이라고 하는데 이는 국민이 세금을 내고 부리는 일꾼 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주인인 국민은 물론 잘하라고 채찍질도 해야겠지만 보다 현명한 주인이라면 그들을 한편으로는 다독거려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공직사회는 그동안 일부 못된 몇사람에 의해 엄청난 상처를 입었지만 그러나 대다수의 공복들은 그들의 책무를 선량하고 충실하게 수행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가와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되고 있고 또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게 지난 일년간 공직에 몸을 담고 있는 내 생각이다.
〈대구시 북구청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