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BSE) 사태가 발생한지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영국정부는 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유럽연합의 여러나라와 열띤 공방전 끝에 겨우 내놓은 처방이 의심가는 소에 대한 완전한 도살 이지만 그것으로 이번 사태를 완전히 종결지을 수 있다고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인간에게 나타난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과 관련해서 광우병이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악을 끼칠수 있음을 목도하고 있지만 이것이 현재 드러난 위험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 생태계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간다.현재 영국의 경제는 물론 정치와 외교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광우병 파동은 근본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우선 왜 하필 영국에서 이런 병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가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영국은 예로부터 축산업의 전통이 강한 나라이다. 돼지우량종으로 이름난 버크셔, 요크셔 품종명이 모두 그 품종개량이 이루어진 영국의 지방 이름에서따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나라는 전통적으로 축산업과 육종기술의 발전을 자랑해 왔다. 최근까지만해도 유럽으로 많은 소를 수출하고 있던 영국에서 축산업은 농가의 중요한 수입원이었나.따라서 더 많은 고기와 더 나은 육질을 더욱 빠른 시간안에 얻으려는 농가.목축산업 및 정부의이해관계가 합치되어 마침내 공장식 목축업이 등장한 것은 이번 세기 초부터였다. 그 당시부터전통적인 소규모 자작농에서 탈피한 대규모 목축업이 영국 농업의 주축을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자연적인 방식이 아닌 하나의 대규모 산업으로 축산업이 전개되면서 소들은 넓은 벌판에서 방목되기 보다는 집약적인 방식으로 우사에서 키워졌다. 과학영농이라는 이름으로 들판의 풀을 뜯으며 자라는 대신 갇힌 상태에서 공장에서 제조된 사료를 먹으며 자라게 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사료에 포함된 재료 중에 스크래피라는 병으로 죽은 양의 시체가 다량 포함된 것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양의 사체뿐만 아니라 목장에서 죽어 나가는 다른 소의 고기까지 육우산업에서는 주요단백질 공급원으로 변했다. 이런 동물의 고기를 잘게 갈아서 사료에 섞어 소에게 먹이면서부터광우병이 시작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원래 초식동물인 소에게 고기를 먹이게 되면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천연의 먹이사슬을 끊어버린 것이다. 이같은 사육방식으로 키운 소에게 광우병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와 1980년대였다. 많은 농장에서 광우병의 사례가 보고 되기 시작하였다. 정부는 급기야 사우스 우드 위원회 를 조직해 원인 규명에 들어갔으며 그전부터몇몇 과학자들이 경고해왔던 대로 소의 사육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1988년7월 즉시 소에 대한 고기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인간에게 나타나는 치명적인 뇌신경질환이CJD와 소에게 나타난 광우병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에딘버러에 있는CJD 감시센터 가 소를 사육하던 농부의 사망과 쇠고기를 많이 먹은 CJD환자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면서 영국정부가 지난 3월 최초로 두 병 간의 상관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이후 지금까지 광우병은 꼬리를 물고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정부는 살코기와 우유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우유조차도 안심할 수 없다는설이 유포되면서 대중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그리고 애초 30개월 이상된 소에 대한 도살로 광우병을 해결하려던 계획도 어미 소에게서 송아지로 유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전체 소의 도살 숫자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6월 플로렌스 협상이후 영국정부가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소의 숫자는 백만마리를 훨씬 넘고 있다. 그러나도살 숫자를 확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목축농가에 대한 배상문제 보다 더욱 시급한 것이 도살한 소의 사체 처리 문제이기 때문이다.
처음 계획은 전부 매립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이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를 안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로 환경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가축의 매립에 관한 법령은 모든 매립이 반드시 심의를 거친 다음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매립내용물과 장소에 대한 결정에 적어도 몇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가장 빠른 시간안에 해결할수 있는 방법은 소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전국의 모든 소각로를 다 합해도 도살량을 감당하기에는 태부족이라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주일에 2만5천마리를 태워 없앤다는 계획대로 하려면 새로운 소각로를 다시 건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소각로를 건설해서 태운다고 해서 소의 잔존물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각과정에서 생기는 엄청난 양의 우지를 함부로 폐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 화장품이나 비누의 원료 혹은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일 잔존물이 지금 당장의 용도로는 군부대 기지나 비행장의 토대로 매립될 예정이다. 최근 정부는 소의 사체를 화력발전소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자는 묘안을 내놓았지만 화력발전소의 설비구조가 소의사체를 소각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반론과 몇달동안 계속해서 타오를 연기로 인한 인근지역의대기오염을 고려해 볼때 그리 좋은 방안이 아니라는 환경론자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빠른 발전과 이윤만을 추구해 깊은 사려없이 몇포기의 풀을 고깃덩이로 맞바꾸어버림으로써 시작된 문제가 이제는 인간의 손으로 풀기에는 너무도 벅차게 되어버린 것은 분명 현대의 비극이라아니할수 없다. 영국의 대표적인 환경문제전문가인 존 비달은 광우병은 과학기술을 맹신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맹목적인 성장과 발전만 추구한 인간의 탐욕이 기술과 윤리성의 공존을 무시함으로써 자초한 재앙이라는 것이다. 과학의 힘으로 인간은 무한히 진보할수 있고 마침내 자연계를 지배할수 있으리라 믿은 인간의 교만함이 빚은 당연한 결과라는 그의 주장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있다. 광우병으로 비틀거리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소와 폐인이 되어 희생되는 CJD환자의 모습은 바로 발전에 따르는 책임을 도외시한 인간에게진실한 반성을 요구하는 경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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