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記者노트

"文시장의 진땀"

30일 오후3시 대구시청 10층 회의실. 국감개시와 함께 증인선서를 한 문시장에게 여야 가릴것없이 호통이 쏟아졌다. 여느 국감장에서나 있는 통과의례 수준을 넘어선 질책이 경제전문가로서행정력과 정치적 경륜까지 갖췄다고 자부(?)하는 문시장의 안면근육을 움직이게 했다.물론 의원들의 질책은 처음부터 예상됐었다. 위천단지를 둘러싼 대구와 부산, 신한국당과 자민련간의 알력이 정치권의 한계를 벗어나 지역간 감정대립으로 확대되고 있는것도 정치적으로 무소속인 그의 행보를 계속 정치권의 사정권안에 묶어두었다. 거기다 최근엔 위천단지 추진을 위한 궐기대회에 시장이 참석한데 대한 여야의원들의 시각 또한 문시장을 우군없는 독불장군으로 만들어버린 것.

문시장은 또박또박 답변했다. 바로 2주일전 대구시의회의 시정질문답변에서 예행연습까지 했었다.그수준 그대로였다. 상대가 대구시의원에서 국회의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문시장의 사과를 요구했고 또 들었다. 왜 양해도 없이 기획관리실장이 업무보고를 하느냐. 알맹이는 쏙 빼버린 얄팍한 업무보고서는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처사 아닌가. 회의실에 대통령 사진이 한쪽에 걸려있는 것은 야당의원이 봐도 너무 심하다. 민선시장이면 그래도 되는 것인가. 정회를 해서라도 업무보고서를 보충시켜야한다. 업무보고를 연기하더라도 국정감사를 제대로 실시해야한다. 시장은 답변하라.

신한국당, 국민회의, 자민련 할것없이 문시장을 공격해댔다. 문시장은 차분히 답변했다. 기획관리실장이 업무보고를 하는것은 위원장의 양해가 된 줄 알았다. 잘못했다. 대통령사진은 회의실 구조상 그렇게 된것이다. 업무보고서는 필요한 부분만 축약한 것이다. 보고하면서 보충설명하겠다.이런 분위기는 감사시간 내내 계속됐다. 문시장의 행정스타일까지 도마위에 올랐고 나중엔 시장의 언론보도관련 홍보물을 두고 업무보고서나 똑바로 챙기라 는 질책을 들었다. 행사장에 얼굴이나 내미는 시장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문시장은 그때마다 사과하고 때로는 송구스럽다는 표현을 써가며 의원들의 감정을 누그려뜨리려 노력했다.

이날 대구시의 국감장에는 대구시의원 20여명이 자리를 지키며 의원들의 질의모습과 대구시장의답변을 지켜봤다. 바로 2주일전 대구시장에게 보여준 시의원들의 자세와 또 시장으로부터 얻어낸답변과 국회의원들이 비슷한 질문으로 대구시장으로 부터 얻어낸 답변과 답변자세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시의원들은 지켜봤다.

지방의회 출범초기에는 지방의회에서 국감을 거부하는 소동도 있었다. 의회가 집행부의 견제를주요기능으로 하는한 국감은 지방의원들에게는 좋은 교육장이 됐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