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큰 명절 추석을 넘겼다. 오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백의민족임을 또다시 확인했었지만 정작 우리곁에 남은 것은 되풀이되는 얼룩뿐이다.
고유의 귀한 미풍양속을 지켰더라면 카페의 가스폭발로 10여명이나 되는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지도 않았을텐데 추석연휴 끝의 이같은 참상이 벌어진 것은 온고지신으로 나의 뿌리 우리의 뿌리 를 너무 쉽게 생각한 탓이 아닐까.
추석 고향길에는 산은 그자리의 청산으로 더욱 푸르고 농가 지붕위의 흰박과 누런 호박들. 햇빛맑은 마당에서 빨간 고추 말리는 할머니의 모습, 모두가 정겨운 반가움으로 다가왔지만 얼룩 지우기에는 아무 쓸모가 없다. 얼룩은 그뿐이 아니었다. 북한 잠수함침입이 있고서야 대북정책이 재검토됐고 내년예산이 70조 6천억원으로 1인당 국민 세부담이 2백60만원으로 껑충뛰었다. 지난해의 세금미수액도 만만찮다면서 도대체 이같은 예산짜기로 당국은 왜 김칫국부터 마시는가. 숫자에 관해서는 둔한편이지만 국제무역수지적자가 1백50억원대를 넘었다는 말에는 그냥 입이 벌어질 뿐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선인들의 말을 생각하면 되레 화가 치미는 것은 무슨 고약한 심사일까.
정말 마음들을 가다듬어야겠다. 짜증 귀향길에도 묵묵히 차안에서 기다렸듯이. 하다못해 그런 자세로 기다리면 신촌의 록 카페 와 같은 얼룩은 쉽사리 생겨나지 않을게다.
추석을 지내면서 우리들에게 기다림의 미학 이 새롭게 자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효성가톨릭대학교수.동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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