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미국인 간첩체포]속셈은

"對美 직접대화채널 만들기"

북한이 무장공비 침투사건이후 보복 등 대남(對南) 협박공세를 계속하고 있는가운데 미국인 1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해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쏠리고 있다.북한관영 중앙통신(KCNA)은 6일 성명을 통해 에반 칼 헌자이크라는 미국인

이 8월 24일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불법으로 들어온 후 북한 보안기구에 의해체포됐다 며 그는 미국시민이며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내의 상

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목적으로 불법 월경했음을 인정했다 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수사 결과 그가 한국 안기부의 계획에 의해 첩자로 보내졌음이 증명됐다 면서 그는 DPRK의 형사법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것 이라고

밝혔다.

당국자들은 일단 미국인이 첩자행위를 했다는 북한측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모가 뚜렷하게 다른 미국인이 철저한 통제사회인 북한내에서 스파이행위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는 게 그 근거이다.

다만 중국의 연변지역등 동북 3성지역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하던 미국인들이월경하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도 선교목적 또는 우발적으로 발생했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이 선교활동 또는 우발적으로 국경을 넘은 미국인을 체포한뒤 최근 발생한무장공비 침투사건과 연계, 이를 대남 및 대미(對美)전략에 역이용하는 계기로악용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한은 무장공비 침투사건이후 남한에 대해서는 정기훈련중 엔진고장으로표류됐다 며 선전공세를 계속하면서 백배 천배 보복… 운운하며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써가며 북-미간 잠정협정체결 등을위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등 전형적인 연미봉남(聯美封南) 전략을 계속구사해왔다.

북한은 이번에 억류된 미국인을 인질로 미국측과의 협상채널을 확보, 무장공비침투사건을 대미 대화채널 구축의 일환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이번 미국인체포 발표를 통해 무장공비 침투라는 자신들의 간첩행위에 대한 따가운 국제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속셈도 있는 것같다.

동시에 북한의 이번 발표는 안기부가 미국인을 사주해 간첩행위를 했다고 주장함으로써 한미 공조체제의 틈새를 벌려놓으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관측된다.

정부는 북한의 미국인 억류사건을 계기로 북-미간 모종의 협상이 이뤄질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당국은 북한이 체포미국인을 계속 억류하면서 고위급 협상채널을 요구할가능성이 높으며 미국도 자국인이 개입된 사건인 만큼 이에 응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번 사건이 미국과 북한간의 양자문제이지만 북한측이 고위급 대화채널 구축이라는 의도를 갖고 있는 만큼 미국측이 이를 감안해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하는 한편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를 통해한미 공조체제를 이간하려는 북한측 속셈에 대해서도 강력히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결의를 미측에 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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