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앞산 억새숲을 아십니까

"정상에서 남쪽 수만평 군락형성"

40㎞나 떨어진 경남 창녕 화왕산에 갈대 가 한창이라 해서 대구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가고 있다. 지난 주말엔 그곳에서 갈대제 가 열리기도 했다. 이갈대 는 실제로는 억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라는 유행가 속 가을의 전령으악새 이다.

그러나 대구 앞산에도 갈대숲이 있다. 화왕산 만큼은 못해도, 처음보는 사람에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는 푸근한 느낌을 준다. 화왕산과 달리 걸어서 불과 한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그런데도 이런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앞산 정상에서 출발한다면, 남쪽 능선을 타고 약 20분이면 갈 수 있다. 삼정골로 빠지는 산성산 갈라지는 지점을 지나친 뒤 곧장 남쪽으로 내려가 보이는 곳이 그곳.

흔히 앞산은 물이 없는 마른 산, 깎아 지른 가파른 산이라 한다. 그러나 이쯤에서 만나게 되는 첫번째 놀라움은 일대가 수만평에 달하는 산상(山上) 평원이라는 사실. 앞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진다. 화왕산이 귀한 것도 첫째는 산꼭대기에 그렇게 큰 평원이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앞산 산상평원의 이 펑퍼짐함은 누구에게나 고향에 닿은 것 같은 푸근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어른 키를 훨씬 넘는 갈대(억새)들이 만발해 있다. 아쉬운건 키가 비슷한 나무들이 섞여 갈대의 순수성을 많이 일그러뜨리는 것. 그러나 일대에 키큰나무는 거의 없다. 그 평원 한복판 즈음에 소나무 몇그루가 또다른 풍취를 일굴 뿐이다.

앞산을 많이 아는 등산객들은 거의 이곳을 찾는다. 어떤 때는 수십명씩의 단체,등산객들이 자녀들까지 데리고 와 함께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가을이 돼 풍취가 특별해진 6일, 한 등산객은 인근 나무들을 베어내 본격적으로 갈대숲을 만든다면 대구에 또하나의 명소가 탄생할 것 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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