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로드 미국무부동아꿸태담당차관보의 방한을 계기로 이뤄진 한미간 대북정책협의는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대해 강력 경고하고 양국간 공조체제를 재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과 로드차관보는 북한의 잠수함 침투와 잇따른 보복위협에 대해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며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행위 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도발에 대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유엔안보리차원의 추가제재에 대해서도 협력키로 합의했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처방안과 관련, 경수로 지원·경협등 모든 대북관계에 북한측의 납득할 만한 조치 를 연계시키겠다는 방침을 미측에 전달하고협조를 요청했다.
당국자들은 납득할 만한 조치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공식사과 △관련자 처벌 △사건의 재발방지 약속등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동시에 북-미관계의 진전은 어디까지 남북관계와 조화·병행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함으로써 우리의 대북 강경기조에 미국이 호응하도록 고리를 걸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측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외무부 당국자들은 다만북-미간 양자접촉문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고만 밝혔다.
미국정부는 일단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만큼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고 한국도 자극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유해송환협상이나 미사일회담등 북-미간 양자접촉을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북한측이 무장공비 침투및 대남보복위협, 나아가 민간인 학살까지 자행함에 따라 격앙되고 있는 한국내 여론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접촉자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측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이행할 가능성이 희박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른 남북관계의 경색이 연착륙 이라는 클린턴미행정부의 대북기본정책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협의에서 미국측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한반도 4자회담의 계속적인 추진과 제네바합의에 의한 대북경수로 건설사업, 폐연료봉의 처리작업등을 계속 이행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은 미정부의 시각을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신변안전 보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수로 부지조사단등의 파견이 보류되는점등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핵동결의 기초인 제네바 합의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경수로 건설사업의 유보등의 조치에는 동조할 수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를 빌미로 북한이 제네바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나올 경우 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클린턴행정부로서는 수용키 어려운 대목인 것이다.
한마디로 4자회담과 경수로 지원사업등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2개의 큰 틀을 해치지않는 범위내에서 대북제재를 강구하겠다는 지난달 말 뉴욕 한·미외무장관회담의 합의사항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친 셈이다.
결국 양국은 이번 협의에서 우리의 대북 강경드라이브를 감안, 미국측이 불가피하게 이를 일정부분 수용토록 하는 성과를 낳았지만 대북정책에 있어 양국간근본적인 시각차를 좁히는데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당국자들은 이번 협의는 합의를 도출하는 자리가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양국의 평가와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 라면서 향후 실무선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조율해 나갈 것 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여전히 양국간 대북정책에 관한 불씨는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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