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도중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가는 주민들을 보자갑자기 저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길래 저렇게 등이 굽어지도록 무겁게 보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안내원이 소변을 보는 사이길거리에 있는 주민에게 몇마디 얘기를 건넨뒤 주민이 눈치를 못 채게 하면서살짝 배낭 윗부분을 열어 보았다.
그 속에는 아직 제대로 익지도 않은 것 같은 옥수수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오후 6시경 화성 부근에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눈에 띄었다.
새벽녘 나진 인근의 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곳이 드물었던 것과 달리 대부분의 집에서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 올라가는 것이 목격됐다. 식량난 속에서도 적어도 일을 마친 저녁에는 소량의 밥을 지어먹는 것으로 추정됐다.
늦은 밤 시간에도 배낭을 들고 산을 올라가거나 개천등에서 무언가 풀을 캐는모습등이 자주 목격됐고, 차가 지나가자 화들짝 놀라 급히 수풀 사이로 몸을숨기는 모습이 보였다. 주민들의 피해의식과 방어의식을 훔쳐 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돌아오면서 자동차 마일리지를 확인해보니 나진과 청진간 거리는 약96km, 청진과 칠보산거리는 약 1백40여km,인 것으로 확인, 하루만에 북한에서 5백km,를주파한 셈이다.
차량이 신형 일제 지프6이 아니였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거리였던 것이다. 나진에서 칠보산 가는데에는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6시간이 꼬박 걸렸고, 날이 어두워진 귀로길은 약 7시간이 걸렸다.
농촌길은 매우 어두워 원등을 켜고 가도 운전이 매우 어려워 보였다.청진의 아파트에서 형광등 조명을 본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함경북도 가옥에는 촉수 낮은 전구가 천장에 매달려 있어 칠흑같은 어두움이 을씨년스러웠다.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필자의 지난6월말 방북기간중 평양등 일부대도시에만 형광등 제조공장이 있어 군소도시나 농촌에는 형광등 공급이 제대로안되고 있다. 현재 형광등공장이 일부 지역에서 건축되고 있다 고 밝혔다.
칠보산과 어랑간 오솔길 뒷편에 있는 함경북도의 평범한 농촌가옥의 내부모습은 너무나 단촐해 보였다.
10여개의 가옥을 나무 울타리가 연이어져 감싸고 있어 외부인은 밤에 집을 찾아가는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각 집마다 울타리 앞에는 밥을 지어 먹기위한 듯 3-4개의 땔감용 나무가 놓여져 있었다.
가옥 내부모습은 부엌을 중심으로 2개의 방이 연결된 똑같은 구조로 돼있었다.길에서 본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은 천진난만했고, 아이들이 필자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골목마다 뛰어다니며 놀이를 하기도 했고, 어떤어린이들은 벌거벗고 있어 온 몸이 새까맣게 더러워져 있었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숙소인 나진호텔에 도착했다.
대외경제협력추진위와 당국은 필자가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밤늦게까지기다리고있었다. 나이가 많은 일부 교포가 칠보산행에 따라 나설까봐 관계자는 돌아올 때까지는필자의 칠보산행을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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