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李養鎬) 전국방장관이 경전투헬기사업을 둘러싸고 관련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내 방산업계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방산업체는 과연 어떤 업체들이며 어떤 제품들을 생산하고있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방산시장 규모는 지난 80년대부터 국군의 전력증강계획인 율곡(栗谷)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외형면에서 급팽창, 무기류 매출액만 지난해 기준으로 4조7천억원대에 달한 가운데 이중 1조7천억~1조8천억원 어치가 국내에서 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류 이외 장비류, 소모품 등을 합치면 전체 시장규모는 10조원을 넘는다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방산업체수도총포류 9개사를 포함해 탄약 8, 기동장비 11, 통신전자 14, 함정 6, 항공 및 유도무기 4, 기타 32개사 등 총84개사에 이르며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방산품목도총탄에서 전투기까지 2백84가지에 달한다.
이 가운데 무기류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방산업체들을 보면 삼성, 현대, 대우,LG, 한진, 한화 등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대기업의 계열사들이 대부분이다. 항공기와 헬기분야에는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등이 포진하고 있고 군함,잠수함분야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이 있다. 이밖에도 현대정공이한국형 전차인 K1을, LG정밀이 차세대 FM무전기와 전자식교환기 등을, 한화
가 로켓포 등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정부가 율곡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80년대 중반까지는 주문량을 채우느라 밤새워 공장을 돌리는 호시절을 누려 재계에 방산선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 업체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중공업이 고유브랜드로 독자개발한 장갑차와 군함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에 수출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또 현대정공이 자체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전차인 K1시리즈는 지난 4월 말레이시아에서열린 말레이시아 방산전(96 DSA)에 출품돼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밖에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이 한국형 잠수함을 자체생산, 우리 군에 잇따라 납품하는 등 방산제품 생산기술면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현재의 방산업계 경기는 한마디로 불경기다. 동서냉전체제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80년대 후반부터 재래식 무기류에 대한 수요가 대폭 감소하면서 89년에 73%%에 달했던 방산업체의 가동률이 50~60%%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장갑차 생산라인을 굴착기 생산라인으로 바꾸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효과는 기대이하였다. 특히 주요 제품을 미국면허로 생산하다 보니 미국의 견제로 해외수출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만큼 어려웠다.
이러다 보니 땅 짚고 헤엄치기식인 군납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 졌다. 특히 정부가 율곡사업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한 차세대전투기사업(KFP), 대잠수함초계기사업(P-3C), 차세대헬기사업(KHX), 한국형전차(K1)사업, 3천1백t급 구축함 도입사업(KDX), 1천2백t급 잠수함 도입사업등에 관련 업계는 매달리게 됐다. 자주적 군전력증강을 모토로 지난 74년부터시작된 율곡사업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되면서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74년부터 93년까지 10년동안 율곡사업에 투자된돈은 차관원리금 상환액 2조1천억원을 제외하고도 자그만치 25조1천억원에 달했다.
율곡사업에서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을 끈 분야는 항공기 및 헬기분야다. 정부의우주항공산업 육성책과 맞물려 재계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미래의 전략사업으로이사업에 진출, 일감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정부는 이에 따라 업계의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 지난 90년에 경전투헬기 주관사업자는대우중공업, 고등훈련기는 삼성항공, 중형 헬기는 대한항공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된 F-16기종 국내생산업체로는 일찌감치 삼성항공을선정해 놓았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의 추진과정에서도 경쟁업체간의 경쟁과 미국의 영향력 행사등으로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정책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사례가 잦아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F-18기종으로 채택됐던 차세대전투기 기종이 졸지에 F-16기종으로 변경돼 삼성항공의 경우 1천억원 이상의 투자비를 날리기도 했다. 대우중공업이 한 로비스트에게 돈을 주고 국방부에 대한 로비를부탁했다는 의혹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게 방산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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