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도시 명암-주거환경(下)

"갑갑한 [콘크리트 숲]…이제는 싫다"

올해초 성서 창신타운에 입주한 최태실씨(30.여)는 공기가 나쁜 탓인지 두 아이가 기관지 질환을 계속 앓고 있다 고 말했다. 성서지역 주민들은 공기가 나쁘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 주변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하는 공사 먼지가 공기오염의 주범이다. 다사 쓰레기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도 이 지역 주민들을괴롭히고 있다. 우방아파트 홍모씨(40.회사원)도 냄새 때문에 숨쉬기조차 곤란하다 고 했다.

8월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대곡지구도 마찬가지. 6, 7단지 주변은 민영아파트와상가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도로엔 흙먼지가 항상 풀썩거린다. 때문에 입주자들은 소음과 먼지라는 질나쁜 이웃 과 함께 살아야 한다. 한 주민은 살기가 좋다고 해 입주했는데 공사장 한복판일 줄은 미처 몰랐다 며 불평 했다.

칠곡 1지구 서쪽 4차순환도로 예정지는 아직 개통되지 않아 아베크족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내 각지의 얌체족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앓고 있다. 롯데아파트 주민 이모씨(31)는 구청에서 자주 치우지만 차를 몰고와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고 말했다.

신도시에서는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밀집한 주차차량 가운데20%이상이 도난경보기를 설치, 오작동하거나 센서가 민감해 요란한 소음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심야나 새벽에 도난경보기가 내는 소음은 엄청나다. 이로 인해 자주 이웃간 시비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야간주차때도난경보기를 반드시 끌 것을 생활수칙으로 정한 아파트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콘크리트는 한 때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건축자재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삭막한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인 신도시 주민들은 콘크리트 냄새에 싫증을 느끼고있다. 주변에 야산이 있고 단지 곳곳에 녹지가 조성돼 있지만 30대 이상 주민들은 대부분 땅을 밟고 싶어한다. 성서주공아파트 김이주씨(31)는 주말만 되면아파트단지 주차장이 텅텅 빈다 며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 산다는 갑갑함 때문이 아니겠느냐 고 말했다.

신도시는 흔히 살기 편하다고 한다. 그러나 아파트의 편안함만 생각하고 덜컥입주했다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불편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인구가 한꺼번에 집중되고 아직 개발중인 까닭에 각종 쓰레기, 대기오염, 소음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역기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신(新)도시가 신(辛)도시라는멍에를 벗어버리기는 아직 이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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