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EU기본협력협정 체결 배경·의미

"더욱 드세질 [시장개방 波高]"

한-유럽연합(EU)간 기본협력협정 체결로 우리나라에 대한 유럽 각국의 각종시장개방요구가 한층 높아지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이은 이번 한-EU협정 체결에 따라 쌍무관계

가 보다 긴밀하게 될 바탕이 마련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유럽국가들의대한 개방압력은 협정이라는 명시적 근거를 토대로 보다 구체적이고도 강도높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입장에서도 그동안 EU집행위원회만을 상대하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EU

회원국 모두를 상대해야 하는 버거움이 더해졌다.

양측이 기본협정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은 한-EU교역증대에 걸맞은 관계재정립,EU의 대아시아 전략등과 관련해 이미 90년대초부터 시작돼 2~3년 전 본격화됐으나 EU측이 구체적 시장개방 요구를 실현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려 하면서 한동안 교착되기도 했다.

특히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큰 지적재산권등 현안과 관련해 대폭적인 개방을 요구하면서 위기를 맞았었으나 지난 2월말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계기로 가서명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측은 기본협정이 미래지향적 상호협력 강화를 위한 양자 기본관계를설정하는 것이지 특정 현안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는 당초 입장에서 후퇴해 해운서비스, 지적재산권등 문제에서 EU의 주장을 적극 수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의 언론은 한국과의 기본협정이 EU가 다른 나라들과 맺은 그어떤 협정보다도 더 내용있는 것이라고 유럽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는데이는 EU측이 각종 통상요구에서 한국의 양보를 받아내는 등 실속을 거둔 결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EU측은 또 우리나라의 OECD가입노력을 이 협정체결을 위한 지렛대로 적절히

활용하는 한편으로 국제화된 각종 한국문제들에 공을 들여 온 것으로 분석할수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와 EU는 이번 협정으로 향후 다방면에 걸쳐 제도화된 기본 협력관계를 설정하는 차원을 넘어 현존하는 주요 현안들을 일거에 대거 정립하는결과를 가져왔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대외개방을 바탕으로 한 이 기본협정에 따라 양측은 해운부문에서국제해운시장과 수송의 무제한 접근목표를 추구키로 하는 한편 구체적으로 건화물과 벌크화물 교역상 공정하고도 경쟁적인 여건을 마련키로 공약했다.

우리나라는 지정화물을 국적선에 우선 적취하는 현재의 화물유보제도 를 오는98년말까지 폐지하기 위한 필요 조치를 취하기로 협정에 명기함으로써 조만간해운산업육성법을 개정해야 한다.

조선부문의 경우, EU측은 계속 한국의 설비증설억제를 들고 나왔는데 협정은이러한 요구에 유의하면서 경쟁을 왜곡하거나 앞으로 어려운 조선산업을 구제할 수 있는 어떠한 지원조치나 행동을 취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또 지적, 산업.상업 재산권을 집행할 효과적 수단을 포함, 이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로 보장한 것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부문에서도 서로 시장접근 조건을 개선하고 최혜국 관세율을 결정할 경우상대방의 수출이해관계등 요소를 고려하도록 했으며 비관세장벽과 투명성을 제거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통신분야등 서비스시장 접근을 개선해 나가는 조치를 취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내에서 비차별적이고 상호주의적 조달계약 참여

를 보장키로 함으로써 현안으로 부각된 통신조달.정보기술 분야에 대한 압력이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와 EU는 공동정치선언을 채택, 연례 각료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통상이 주관심사였던 양자관계를 정치.외교안보 분야로 확대할 계기를마련했다.

우리나라는 유럽이사회 의장국과 함께 직전.직후 의장국을 포함하는 3개 EU회원국(트로이카) 외무장관들과 연례 각료급 회담을 갖고 필요에 따라 이사회의장및 집행위위원장이 참석하는 정상회의를 여는 한편 대내외 문제의 주요 진전상황을 고위 관리급 채널을 통해 설명하는 등 운용 여하에 따라서는 동반자관계를 형성해 나갈 기회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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