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법경찰관을 증원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와 함께 민물고기가 사라진다는 소식이 크게 보도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자연산 민물고기의 작년도 어획량은 91년도에 비해서 45%%나 감소했다고 한다. 가장 흔한 피라미는 무려 50%%가 넘게 감소했다고 전한다. 하천 오염과 앞뒤 가리지 않는 고기잡이가원인임은 누구에게나 분명하다. 이런 비율로 간다면 붕어같은 흔한 물고기도머지않아 자취를 감추게 되는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절대빈곤을 몰아냈다고 우리가 자랑하는 지난 30년간의 경제성장의 그늘에서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조류와 곤충들이 마구 사라져 가고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라고 느긋하게생각하기에는 사태가 초급하고 심각하다. 누구나 얘기하면서도 실제적인 면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실천되는 성싶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돋보인다.
전설로 존재하는 自然
생각해보면 한 세대 사이에 우리 곁에서 사라져간 것은 만만치가 않다. 특히젊은세대는 그 규모와 실상을 상상도 못할 것이다. 줄기찬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간 후에 나가보면 장독간 물 고인 항아리 뚜껑에는 붕어가 몇마리 뛰고 있었다. 실지로 보기전에는 거짓말처럼 들리는 얘기다. 소나기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갔던 붕어들이 엉뚱한 곳에 불시착(不時着)을 한 것이다. 맑은 가을날 소리개가 마을 하늘을 빙빙 돌면서 먹이를 찾는 모양도 볼만한 풍치였다. 11월 늦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가는 제비들이 전선줄마다 시꺼멓게 앉아 지줄대어 그야말로 소란스러운 저자를 이루고 있었다. 그것이 며칠이고 계속되었다.
야! 하는 탄성에 뛰쳐나가 보면 한줄로 날아가는 기러기떼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온통 하늘에 시꺼멓게 날으는 갈가마귀떼도 장관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드문 것도 아니었다. 들판의 소롯길을 걷다가 배암이 벗어놓은 허물을 보게 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징그럽긴 하지만 어쨌든 하나의 자연 경험이요,문화적 소일거리가 드물었던 시절엔 그 발견은 하나의 어엿한 사건이었다. 따가새를 비롯하여 조류만 하더라도 인가근처에서 아주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옅은 개울에 나가 모래속을 뒤지면 으레 모래무지가 손에 잡혔다. 기차를 타고가면 연변의 논마다 백로나 왜가리가 수두룩하였다.
이러한 모든 것이 육이오 이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박완서(朴婉緖)여사의 소설 제목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처럼 내가 기억하는 것이 정말 틀림없는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불과 삼사십년 사이에 이렇게 커다란 변화가 생겼으니 앞으로의 한세대는 또 얼마나 크게 변할 것인가. 섬뜩한 생각이 들 정도다.
환경운동 더 거세져야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래 1백40종 이상의 조류와 짐승들이 멸종되었다고 한다. 멸종을 면했다 하더라도 엄청난 초식동물의 떼가 불과 한줌으로 줄어들었고 들소들도 거의 사멸하다시피했다. 마구잡이 벌채와 사냥때문이었다. 빙하(氷河)시대의 희생조차도 이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저들은 독수리를 비롯해서 뒤늦었지만 착실한 야생동물 보호운동을벌이고 있다.
환경 사법 경찰관의 증원은 필요한 일이겠지만 보다 실효성있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것이다. 지방 단위 또 민간 차원의 환경 보호 내지는 감시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야 할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에서 출발하여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식의 보호운동이 아니라 대국적 거시적인 관점에 선 운동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가령 학생들이 정치편향에서 벗어나 진정 우리의 미래를 파국으로부터구하는 자연 연구와 조그만 대로 구체적인 환경 보호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주변에서 생물들이 자꾸 사라져 가는데어떻게 사람이 온전할 것인가.
〈연세대 문과대 석좌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