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정신 살아숨쉬는 경주재조명 위해 바쁜나날"육신은 오늘에 살고 있지만 정신은 신라시대에 살고 있다는 국립경주박물관장지건길(池健吉)박사.
천마총.무녕왕릉등 굵직굵직한 발굴작업에 수없이 참여한 관록을 지닌 그는 신라천년의 찬란한 역사가 살아숨쉬는 경주를 재조명하기 위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게다가 금년에는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 보존대책을 위한 안전점검에다논란을 빚어온 경부고속철도 경주역사 후보지에 대한 지표조사까지 맡아 올해가 가장 보람있는 한해이기도 하다.
문화유산 체계적 보존 필요
그는 그동안 많은 유물.유적이 복구되고 주변환경이 상당히 정비되어 다행한일이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문화유산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동안 이룩된 경주지역의 개발성과를 다시한번 성찰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시각에서 산재한 문화유적과 관광자원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보존할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70년 경주시 강동면 안계댐 고분발굴과 73년 경주천마총 발굴조사를 맡으면서 경주와 인연을 맺은 그는 3년전 국립경주박물관장에 발탁된후 남들이 알게 모르게 경주의 많은 문화유적을 보호해 왔다.
경주는 곳곳에 많은 매장문화재가 있으므로 개발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는 경주라는 특수한 여건의 도시에서는 도시개발과 문화재보존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국제적인 역사의 도시로 올바르게 후세들에게 물려줄수있느냐 없느냐가 판가름된다 고 주장했다.
크고작은 일로 언제나 부산한 그는 우선 지난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처음으로 2백만명에 이르러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박물관이 되었다고 자랑한다.
한창 사람이 모여들때면 전시실이 비좁아 관람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기가 일쑤였다.
수장공간 부족 안타까워
또 70년대 이래 이 지역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발굴을 통해 수습된 엄청난 분량의 유물들을 당연히 경주박물관에서 인수하여 보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장공간이 모자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실정에 안타까워 했다.
이밖에 늘어나는 갖가지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감당할 만한 공간의 부족도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은 오직 새로운 건물의 신설뿐이었기 때문에 그는 어려운여건을 무릅쓰고 박물관의 전시.수장.교육시설확충 계획을 마련하여 올해부터사업이 이루 지고있다.
뿐만아니라 이러한 건물을 지을수 있는 박물관의 부지확장등도 난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박물관내의 적지않은 업무외에 밖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일들에도많은 신경을 써야했다.
경부간 고속철도의 경주통과 문제와 경마장의 경주유치문제에 최선을 다해 문화재피해를 최소화하고 시민의 욕구를 충족하는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부임하면서 황성.용강동일대의 고층아파트 건립에 마음이 아팠는데다 기관장회의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경마장과 고속철도 문제에 대해서는 경주를고도답게 보존하자는 소신이 개발논리에 도전받을때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물론 유물보존과 시민생활이라는 차원에서 양쪽이 다치지않고 잘가꾸어 나갈수있는 길이 모색되어야 하리라 믿고 있다.
예를들어 경마장에 오는 인파와 순수하게 문화재를 보러오는 인파가 모여 교통혼란이 빚어질때 이것을 어떻게 조화시킬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현실적으로 문화재보다 경마장의 관광객에게 우위의 자리를 빼앗길 것은 뻔한일이지만 지역경기활성화와 지방세수 증대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밀어붙이기식개발에는 손을 들수 밖에 없었다.
퇴색하고 잃어버린 우리의 혼을 되새겨볼 기회보다 환락에 우리의 시간과 얼을 내주기가 더욱 쉬워지겠지요
그는 문화특별시로 커가고 있는 경주가 남산코밑에 역세권을 개발할경우 고적도시 특징을 잃어버릴수 있다며 고속철도역사는 건천인근이 최적지라고 열을올린다.
프랑스에도 라데팡스에서 구시가지의 문화재를 보호하고 신건축은 다르게 구별.구획해 관리하고 있고 인도의 뉴델리도 올드델리를 보존하기 위해 뉴델리와올드델리로 구분된 도시를 가꾸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볼때 정말 우리의것을 누가 지키고 가꾸어 우리후대에까지 물려줘야 할것인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며 흥분한다.
도굴감시 시민운동 부족 걱정
영남고고학회.신라문화동우회 같은 여러단체들이 있지만 도굴꾼을 감시하고 경주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운동이 부족하고 개발의 목소리만 요란해 멀리있는 한국고고학회 같은데서 걱정하고 있단다.
지박사가 고고학에 관심을 갖게된 것도 바로 광주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역사와 지리에 대한 관심이 어릴적부터 많았다고 생각해요 당시 산업개발이 막 시작되던 때라 유적발굴기사가 자주 오르내리고 그런것들에 자극을 받았던 모양이란다.
또 그무렵 서울대고고학과가 막 생겼는데 고고학 연구의 길을 선택하게된 동기는 광범위한 역사학 중에서 우리역사의 초창기상황을 알아보고 연구하기 위해서 였단다.
대학2학년때 부터 발굴에 참여한 그는 그시절 공주무녕왕릉.천마총.수몰지역유적조사.월성고분발굴등 그수를 헤아릴수 없다.
이때 프랑스정부의 초청으로 프랑스의 박물관 발굴현장등을 둘러볼 기회도 가졌는데 이것이 인연이 돼 국비장학생으로 프랑스유학길에 올랐다.
프랑스에는 우리와 비슷한 거석문화 유적이 많고 연구또한 활발했는데 두차례에 걸친 유학끝에 그곳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을때도 학위논문이 동아시아와 유럽의 거석문화 비교연구 였다.
그는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 가면 박물관이 수천개씩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수가 너무 적어 박물관이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호남유적 발굴에도 관심
그는 일제시대때 부터 70년대까지는 경주를 중심으로한 경상도 중심의 발굴조사가 고고학분야의 주종을 이루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호남지역 고고학이 침체될수 밖에 없었다 며 호남지역 유적발굴에도 관심을 표명했다.
75년부터 서울대 출강을 시작, 지금도 계속하고 있으며 이화여대 사학과를 나와같은 분야 연구를 하다 결혼한 이영순(李英順)씨와의 사이에 두아들을 두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고고학자가 되겠다는 지박사는 국립박물관이 문화의 중추적 역할을 해나갈수 있도록 정부측에서도 문화정책에 보다 더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한다 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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