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대사 발언의미

"北 사과해야 4者회담 가능"

[워싱턴]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국대사의 31일 내셔널 프레스클럽 발언은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한.미 양국이 적잖은 견해차를 보였던 대북한 해법 을 명쾌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레이니 대사는 이날 연설에서 잠수함 침투사건에 언급, 북한이 먼저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재발방지를 약속해야만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4자회담 개최가 가능하다 고 밝혔다.그의 이같은 발언은 뒤집어 말해 북한이 한국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4자회담은 추진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즉,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한.미 양국이 제의한 4자회담의 전제조건 으로 내세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그동안 한.미 양국간에 다소 모호했던 잠수함 침투사건과 4자회담간의 관계가 분명히 설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미국측의 입장정리는 특히 최근 북한이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불리해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시도하면서 한.미 양국관계를 흔들어보려는 시점에서 이뤄져 더욱의미가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북한 외교부의 이형철 미주국장이 돌연 미국을 방문, 미국무부 관계자들과 두차례 접촉을 갖자 혹시 북한이 그동안 수락하지 않던 4자회담을 전격 받아들여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 고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월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미 양국은 한동안 두 나라 정상이 제주회담에서제의한 4자회담을 한반도 긴장완화 도모라는 대국적 견지에서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그들의 도발행위를 솔직히 인정하지 않고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해 보복 을 운운하는가 하면 미사일 발사실험 계획을 흘리며 상황을 호도하자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마지노선으로 삼게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레이니 대사의 발언은 평양측이 한국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4자회담도 진전이가능하다 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이번 발언은 주재국 대사로서의 입장이 담긴 것이기도 하지만 최근 우리정부가 북한의 4자회담 관련 술책 에 대한 경계감을 미국측에 충분히 전달한 뒤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양국간 정책조율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최근의 한반도 상황이나 대미 관계개선 기대와 관련, 북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그들이 저지른 잠수함 사건의 매듭을 풀지 않고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레이니 대사도 이날 지적했듯이 미-북기본합의 이행과 경수로 공급, 식량원조, 경제협력 등은 한국이 동참하지 않는 한 진전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바라는 미-북관계 개선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4자회담에 관한 한.미 양국의 새로운 대처는 이제 북한에게 현실을 인정해야만 그들이 생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메시지로 평양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