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木曜칼럼-世風

"꿈을 가집시다"

세상에 염치없는 일들도 많지만 최근 보도된 호화판 해외여행 사건은 황금의 위력 앞에 인성(人性)이 마비된 우리 세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들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무장 공비와 교전중에 꽃다운 장병들이 목숨을 앗기는 나라 형편에 호화 외유로 흥청대는 품이아랍 부호 못지 않았다니 우리 같은 허약한 서민의 심성으로서는 도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더구나 문제된 인사들 가운데는 내 돈 내 쓰는데 웬 간섭이냐 고 항변까지 했다니 되레 듣는 쪽이 부끄러워 고개를 돌려야할 판이다.

곤두박질치는 경제, 끝간 데 없이 불거지는 부정부패, 인면수심의 강력범죄들이 이웃을 외면하는도덕불감증 속에 끝없이 잇따르니 이러고도 앞날이 걱정 안된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하겠다. 그처럼 갈망하던 문민시대(文民時代)가 열리고 지방시대가 개화됐지만 민주화시대 3년 남짓에 이처럼참담한 심경인채 우리 모두가 흔들리는 형편이니 민주 의 대가가 이처럼 혹독한것이란 말인가.한때 잘 살아보겠다 는 일념으로 5대양6대주를 맨주먹으로 뛰던 그 기백과 열정은 어디두고 이제는 스태미나 음식 찾아먹고 호화 쇼핑에 급급한 무기력한 약골들의 모습이니 이 낭비풍조속에경제인들 제대로 돌아갈성싶지 않다.

우리는 사상최대의 무역 역조라면서 7.8월 두달동안에만도 그저 그런 해외여행에 15억달러를 탕진, 국제사회의 봉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런가하면 국산차가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인터수에 외제차와 국산 최고급 승용차만은 몇달씩 기다려야 살수 있을만큼 허영과 사치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지만 간단히 개방시대니까… 하고 지나치면 그만인게 현실이다.어떤 비리나 도덕적인 불감증세에도 법에 따라 처벌하는 법적절차가 있을뿐 이땅 어디서도 이를못하게 깨우치는 권위 있는 말씀도, 귀담아 들을 시민의 양식도 사라진 것 같기만 한 요즘이다.그 대신 시민들의 이기적 주장만이 드높아지는 우리 현실이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찍이 갈파한바 우민(愚民)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나 아닌지 되뇌게 되는 것이다.

나는 우리 경제가 곤두박질 치고 있는 현실도 걱정이지만 그보다도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삶의 목표-다시말해 꿈을 잃어버린채 찰나적인 쾌락에 지나치게 깊이 빠져드는게 아닌가 싶어 더욱 염려스럽기만 하다. 어느 인간사회든 더 높은 미래를 향해 밝은 꿈을 꾸기 시작할때 그것은 분명히 희망찬 새시대의 출발이라 믿어진다. 반면 꿈이 없는 사회는 결국은 퇴패하는것이기에 우리는 더욱 튼실한 미래를 꿈꾸는 성실한 사회를 존중케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우리는개척정신으로 표현되는 아메리칸 드림 을 경이롭게 바라보기도 하고 일본 지식계층의 저변을 관류하는 정신 즉 배움을 가진 자, 마땅히 백성을 태평케하기 위해 신명을 바친다 는 의미의 일본국사(國士)정신의 투철한 의무감에 충격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 우리의 꿈, 이른바 코리안드림 은 무엇일까. 없다.

우리는 지난 세월 땀흘려 일궈낸 얼마간의 성장의 과일을 먹어대고 땅 투기의 단맛에 탐닉하느라기존 질서를 파괴할줄만 알았지 민주시대란 새로운 질서속에서 21세기를 겨냥할 우리의 꿈, 이른바 코리안 드림 을 창출치는 못한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요즘 우리가 겪는 총체적인 난국도 현실에 대한 확신도 미래의 비전도 없이 부(富)만을 추구해온데서 비롯된 것만 같아 더욱 안타까운것이다.

혹자의 경우 공장을 더 짓는게 좋은 꿈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함직도 하다. 옳은 말이다.그러나 후진시대와는 달리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경제논리만으로는 어려운게 아닐까. 모든것에 앞서 이른바 코리안드림 이라 일컬어지는 삶의 목표속에 우리 모두를 묶어 넣음으로써 과거보다 훨씬 증폭된 빈부격차등 갈등의 매듭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믿어진다.

결국 선진제국들이 한결같이 삶의 지표가 분명하고 도덕률, 질서의식이 확고하다는 현실은 우리에게 난국을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경제의 효율성과 재(財)테크 논리에 앞서 근검, 절약과 이웃 사랑을 바탕으로 했던 60년대의 소박했던 마음-이것을 디딤돌로 21세기 세계속에 빛나는 한국 이란 명제의 꿈이 코리안 드림의 한가닥이 됐으면 한다.

〈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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