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최영배

"단풍"

주변의 산과 들에 붉고 노란 단풍이 한창이다.사람들의 마음은 한해의 마감을 준비하는 나무들의 잔치에 동참하며 가벼운 흥분을 하고 있다.나무들의 마감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길고 긴 여름동안의 시련을 묵묵히 견디어 온 결과가 아닐까 싶다.

뜨거운 뙤약볕, 지루한 장마, 목마른 가뭄의 반복된 시련…. 우리는 지금의 나무들을 바라보면서한번쯤 자신의 생의 마감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제가 모여 오늘이 되고 오늘이 모여 내일이 이루어 진다면 오늘 우리 자신의 모습 속에서 내인생의 마감의 색깔을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오늘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서 고개를 떨구어 봄직한 시간들이다.세월 속에 봄(행복), 여름(고통), 가을(행복), 겨울(고통)이 주어지듯 내인생에 주어지는 갖가지 사건과 문제들을 고집스레 선택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수용하는지 말이다.

이기심으로 선택된 인생의 마감은 분명 빛바랜 색상으로 얼룩질 것이며 주어지는 현실을 과감히수용하고 흡수한 인생의 마지막은 그 색깔이 유난히 찬란할 것이다.

나무들의 거침없는 마지막 모습의 순명속에서 내년 봄의 새 생명의 환희를 느낄 수 있으며 마지막을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가는 나무들의 기나긴 겨울의 침묵속에서 차디찬 숭고함을 배운다.우리 자신의 오늘의 시간들도 이렇듯이 이기심의 과감한 포기와 순리에 적응하는 겸허함을 통하여 내 인생의 새 생명을 위해 모두 겨울의 기나긴 침묵으로 들어가야할 것이다.오늘의 세상은 똑똑한 사람들 때문에 많은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참으로 단풍이 아름답다….

〈신부.들꽃마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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