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수능시험에 가족의 행.불행이 달렸다는 사실은 당사자인 학생에겐 엄청난 폭력이다.지능지수.건강.취미.소질.남학생.여학생에 관계없이 무조건 점수가 잘 나와야 하는 것은 폭력이란말밖에 다른 표현이 없으며 우리는 인위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장래에 무슨 인물이 되든 집안형편이 좋든 그렇지 못하든 일단 경쟁하라는 요구는 너무나 잔인하다. 결과 여하에 따라 과외수업은 별로 안 받았으나 평소 꾸준히 해서 일등이 되었노라는 판에박힌 영웅이 탄생하고 어떤 학습지로 공부하면 좋다면서 학습지의 모델이 된다. 그 후에 그가 어떤 인물이 되었는가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언론에 둥 떴다가 평범하고 잊혀진 사람으로 살게 될 그도 참 재수가 없다. 영광의 그날을 잊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인생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한편 점수가 몇점 모자라 일생동안 후회하게 되는 학생도 나온다. 나오나마나 한 학교에 가게 되면 평생 숨기고 살 수도 있다. 사람은 소개할 때 꼭 학력을 말하고 신문기사에 나이를 밝히는 것은 프라이버시에 관계된다. 죄인도 아닌데 그것을 말하라고 하니 나중에 성취한 능력은 도외시하고 하필 고교3년때의 성취만 따진다.
교육개혁을 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기보다 사람들의 사고를 바꾸는게 더 효율적이다. 지방대졸업생을 면접에 들여놓지도 않는 대기업을 혼낼 일이다. 모대기업은 학교를 전혀 못 밝히게 하고 영어와 능력만으로 뽑으니 75%%가 지방대생이었다고 한다.
서울에 앉아 교육개혁하는 사람이 지방대 사람의 사정에 관심이 있는지 자신들의 과시욕구를 만족하는 일인지 알수가 없다.
〈대구효성가톨릭대교수.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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