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벌거벗은채 한길을 달려가며 울부짖는 한 소녀를 기억하는가. 한장의 월남전 사진을 기억하겠는가. 그것은 72년 6월의 일이다. 당시 AP통신 사진기자가 잡은 이 장면은 전세계의 동정을 샀고퓰리처상(賞)을 받았다. 그 소녀를 앞서서 함께 쫓기는 사내아이의 겁먹은 얼굴과 뒤를 돌아보는꼬마와 엄마인듯한 여인의 손을 잡고 뛰는 또한 어린이, 그리고 그들 뒤를 걷는 철모쓴 군인세사람. 사진은 모든것을 이야기했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네이팜탄(彈)에 화상을 입고 절규하던 그 소녀는 이제 두살바기 아들을 가진 어머니로 성숙한 팜 티 킴 퍽(33)씨. 캐나다로 망명해현재 토론토에서 조그마한 아파트에 남편과 살고있다는 보도다. 퍽씨는 20여차례 수술에도 땀이안나는 피부를 갖게되었고 84년 소재가 드러난뒤는 베트남 공산정부의 정권홍보에 많이 이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러나 자기를 불구로 만든 미군을 4반세기만에 용서했다고 한다. 지난11일 미국 재향군인의 날 에 초청을 받아 워싱턴의 베트남 참전용사 묘역을 방문하고 한 공군퇴역장교와 함께 헌화했다. 당시 9세소녀가 받았던 그 공포와 원한을 세월이란 물결속으로 띄워보낸 것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작년 7월 공식으로 수교했다. 미국은 좋은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고, 베트남은 선진자본과 경제도약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고있다. 그 큰 흐름 가운데 작은 가닥들이 하나 둘 풀려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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