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韓·美공조의 틈서리

한.미 공조체제에 뭔가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들리고 있다. 겉으로 나타나는 외형적 면모는 인식과견해를 같이 하면서도 실행방법적인 내면의 세계로 파고 들면 한.미양국의 갈길이 서로 다름을쉽게 알수 있다.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각료회의에 참석한 유종하외무장관은 22일 오후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무장공비사건을 계기로 양국이 대북 안보결속을강화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책에 대해선 우리가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이 없는 한 대북 관계 진전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으나 미국은 한반도 전체 문제가 국지적인 잠수함공비사건에 얽매일수 없다는 시각을 드러내 혼선은 여기서부터 출발하고 있다.한.미양국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이란 대명제앞엔 한치의 이론도 없었으나 목표지점에 이르는 방법상의 문제를 두곤 각각 제목소리를 냈고 각자 처방에 따라 행동을 해왔다. 김영삼대통령은 한반도에서 가장 골치아픈 존재가 한국정부 라고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표시하면서 만나는 외신기자들에게 북한의 사과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북진전은 없다 고 수차례공언해 왔다.

그러나 세계전략차원에서 한반도문제를 다루고 있는 미국은 핵확산방지라는 큰숲만 보려하지 잠수함침투란 나무 한그루를 큰 비중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비사건 초기에 크리스토퍼국무는 모든 당사국들이 자제해야 한다 는 발언을 하여 파문을 일으켰고 급기야는 미국의 언론들까지 미행정부의 편을 들고 나서고 있다.

숲과 나무는 원래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나무가 아프면 숲이 병들고 숲이 훼손되면 나무가 말라죽게 된다. 숲과 나무는 공존공생관계에 있듯이 한.미공조의 참이치도 바로 여기에 있다.우리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오랜 동맹국인 한.미양국이 숲과 나무 의 작은 갈등으로 자칫 깊은우호관계와 굳건한 공조체제에 이을수 없는 틈서리가 생기면 안된다는 것이다. 한.미간의 불협화음이 밖으로 표출되기라도 하면 끈질기게 한국 따돌리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북한의 이간술이틈을 비집고 들 개연성은 충분하다.

미국은 최근 NYT지 독자란에 실린 미국 플로리다해안에 무장잠수함이 침투하여 일을 저질렀다면… 으로 시작되는 한국인 공통정서에 눈길을 돌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문제는 우리에게 사활이 달려 있기 때문에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생존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숲이 나무를 이해하고 나무가 숲을 신뢰하는 것이 한.미간의 진짜결속이며 공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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