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기대는 한국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무너졌습니다파키스탄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아마드씨(Ahmad.33)는 사업비자로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했다가친구 소개로 대구 3공단의 한 영세업체에 불법 취업했다. 쌀에서 이물질을 골라내는 석발기 생산업체인 이곳에서 아마드씨는 월급 78만원을 받았다.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쉴 틈이 없었지만 돈버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고향에서 지아비의 금의환향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아들 샬리에게도 자랑스러웠다.꿈이 지나치게 크면 실망도 따르는 것이 사람사는 이치. 아마드씨의 실망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절망이었다.
지난 10월 8일 철판 절단작업을 하던 아마드씨가 작업 도중 자신의 오른팔이 압축기에 끼여 완전히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팔이 떨어져나가는 순간 꿈과 희망은 사라졌다. 대구시 수성구 현대병원으로 옮겨져 급히 수술을 받았으나 절단부위의 근육과 뼈가 심하게 상해 몇번이나 수술을 받아야 할지 기약할 수 없었다.
수술을 받고 중환자 상태로 한달 쯤 지났을 때 업주의 횡포가 시작됐다. 사정상 병원비를 댈 수없으니 의료비가 싼 파키스탄으로 가 수술을 받으라 는 것이었다.
또 불법체류자가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병원비전액을 당사자가 지불해야 한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는 것.
아마드씨와 그의 동료들은 환자 상태가 심해 움직일 수조차 없다며 요구를 거부하자 업주는 11월16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아마드씨의 불법체류 사실을 신고하고 20일 항공편으로 자진출국하라는 통보까지 받아주었다. 중환자에 대한 강제출국강요였다. 업주는 현대병원측에도 이 사실을 알리고 아마드씨의 퇴원을 요청했다.병원측은 업주의 말만 듣고 퇴원 수속을 밟도록 했다.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현기증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서 링거주사가 떨어져 나갔다.21일 아마드씨는 공동병실로 옮겨지고 지금까지 병원의 찬밥신세 가 돼 힘겨운 투병을 하고 있다. 아마드씨의 친구들은 병원비에 써달라며 2백60만원을 모아 업주에게 전했으나 현재까지 병원에 지불된 것은 2백만원 뿐이었다 며 울먹였다.
20여년 전, 돈벌이가 된다면 미국-독일-일본을 가리지 않고 외화벌이에 나섰던 우리들의 과거를벌써 잊어버린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도처에서 불법체류를 하며 한푼이라도 더 벌려는우리의 아마드 가 있다는 것을 망각한 것일까.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