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남인숙

"이대로 좋은가"

인도인들은 전통적인 관습 등을 이유로 종교단체, 정당, 여성단체들이 합쳐 미스월드 대회를 격렬하게 반대하였다. 인도 법원은 지나친 신체노출만 없다면 대회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한모양이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수영복 심사는 인도 땅을 벗어나 인근 세이셜 공화국에서 치렀다고한다.

여성단체들은 미인대회가 불러오는 여성의 상품화에 끊임없이 반대해왔지만 종교단체와 정당에서분신하겠다고 나오는 적극성이 부러워 보인다. 흩어진 미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1등, 2등 순서를정하는 주최측은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물건을 고르듯 몸 부위의 치수를 잰다. 무대위는 화려하지만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이 젊은 여자들은 오로지 고깃덩어리 가꾸기에 열심이었다.언제부터 한국 미인이 서양여자처럼 생겨야 하는지 모르지만 한국 남자들은 서양 남자의 치수를가지고 있지 않다.

여성들에게 전망있는 직업이 없다보니 미인대회 출전하면 무슨 기회라도 올까하는 미성숙한 여성들의 기대를 나무라기보다 사람의 몸을 미끼로 돈을 버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결탁을 주시할일이다.

매춘, 포르노, 향락산업이 여성의 몸을 자본으로 인간존엄성 말살의 주범이 된지 오래되었다. 정보사회에 들어서면 정보산업의 비중이 커져 3차산업이 증대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지만 한국의3차산업은 여성의 인권이 떨어지는 유흥업소의 증가이다. 비공식 집계로 향락업소의 여성취업자는 4백만이며 남성취업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사회는 정보산업의 성장에 따라 정보사회로 접어들기보다 오히려 향락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정보와는 무관한 단순 육체적 서비스업종이 주를 이룬다.

〈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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