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차량조차 드물어 적막한 새벽 4시. 시민들이 모두 곤히 잠자고 있을 시각이지만 공장에서 내놓은 온갖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에게는 하루중 가장 바쁜 때.
성서공단 섬유 업체 ㅎ회사. 아무도 없는 어둠속에서 대형쓰레기 운반차량에 수북이 쌓여 있는쓰레기를 일명 '하이카'로 불리는 쓰레기 싣는 장비로 바쁘게 싣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 다가가도일꾼들은 힐끗 쳐다보고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쓰레기를 5t 트럭에 가득 싣는데 걸린 시각은 불과 6~7분.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포대를 가득 실은 트럭은 어디론지 떠났다.
20분도 채 되지 않아 트럭이 또 왔다. 대구시매립장으로 곧바로 가 새벽 5시 계근대를 가로막고있는 차단기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트럭. 대구시매립장으로 가는 주통로인 계명대성서캠퍼스 앞길의 새벽은 각종 쓰레기 차량의 무대이고 이중 산업쓰레기 차량도 같은 대열에 섰다.성서공단, 서대구공단의 각종 업체가 쌓아놓은 쓰레기는 그야말로 천태만상. 성서공단의 섬유코팅업체인 ㅅ사의 쓰레기 더미에는 천조각을 담은 포대에서부터 화공약품인 우레탄 찌꺼기가 든 드럼통과 당직자가 먹고 버렸을 컵라면 봉지등등…. "화공약품이 든 드럼통은 고물상에서 가져간다"고 주장하던 회사관계자는 불법 처리를 계속 추적하자 "대구시매립장으로 일부 실려간다는 것을부정하지는 않겠다"고 얼버무렸다.
서대구공단의 나염업체인 ㅎ사 쓰레기더미에는 천조각등을 담은 크고 작은 포대가 어지럽게 쌓여있고 폐유통이 옆에 놓여 있다. 포대에 천조각등 환경을크게 오염시키지 않는 공장쓰레기가 담겨있다는 회사관계자의 말을 뒤로하고 포대를 풀어보니 석면 조각, 폐유가 덕지덕지 묻은 천조각등지정폐기물이 곳곳에 들어있다.
쓰레기를 헤집는 손이 금새 기름투성이가 됐다. 지정폐기물 운반업체인 동산유통과 위탁처리 계약한 이 업체는 올 5월 계약후 한차례 폐유-폐유기용제를 처리했다하나 쓰레기 처리확인표를 갖고 있지 않다.
서대구공단의 ㅇ사가 헌 LPG통의 녹을 긁어내고 가스를 채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중금속 쓰레기도 포대 20여개에 담겨져 있다. 찌꺼기를 발로 건드리자 회갈색 먼지가 가스 냄새와 함께 코를찔렀다. 한창 가스를 채우고 있는 일꾼중 가스 통을 긁어내는 기계 옆에 있는 한국인 2명은 마스크를 끼고 있다. 새 가스통을 트럭에 싣는 외국인 근로자 3명은 마스크도 없다.위생용기 제조업체인 달성군 논공읍 ㅇ사 쓰레기 더미에도 석면-폐유기용제통등 특별처리해야 하는 지정폐기물이 나무조각·플라스틱 통·돌 덩이와 어지럽게 섞여있다. 모두 대구시매립장에 묻힐 쓰레기들.
지난22일 하룻동안 둘러본 성서공단, 서대구공단, 달성공단의 10여개 업체 쓰레기더미에 지정폐기물이 섞여 있지 않은 곳은 단 1개소도 없었다. 업주들의 환경무감각증을 드러내는 증거인 셈이다.어떤 쓰레기가 지정폐기물인지 세세하게 알지못하는 업주도 상당수 있으나 안다해도 지정폐기물처리업체를 통해 버리려면 t당 운반비 포함 20만~25만원을 부담해야 하므로 굳이 분리하지 않는다.
난립한 사업장폐기물 수집운반업체들도 석면 폐유등이 섞여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지정폐기물까지 말끔히 버려주는 것을 특별 서비스 쯤으로 여기는 업체들도 많다는 귀띔이다.공장쓰레기(사업장 배출시설계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정폐기물을 문제 삼으면누가 거래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정폐기물을 실어 대구시매립장에 묻어도 문제되는 일은거의 없다"고도 했다. 배출업체와 수집운반업체에 대한 관리책임이 있는 구·군청이나 지정폐기물이 섞여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대구시매립장등 누구도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얘기다.폐유등 지정폐기물에서부터 컵라면 포장용기까지 가리지 않고 실은 쓰레기 수거 차량을 대구시매립장도 박대하지 않는다. 아파트쓰레기를 싣고 온 차나 지정폐기물이 섞인 산업쓰레기를 실은 차나 모두 t당 1만1백10원의 매립비를 내는 '고객'으로 치부해 버린다.
쓰레기 수집운반업체 난립후 고객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경북 왜관-경산의 산업폐기물까지 상당량 대구시매립장으로 반입되고 있으나 대구시 관계자들은 아예 눈뜬 장님이다.아무도 보지않는 어둠 속에 실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대구시매립장에 마구 묻히는 쓰레기. 대구시는 하루 지정폐기물 배출량이 2백74t 이라 주장하지만 불법 처리되는 양을 감안하면 하루 1천t도 훨씬 넘을것 같다.
공장 업주의 비양심과 무기력한 행정이 만들어낸 산업쓰레기 처리의 현주소이다.〈崔在王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