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OECD가입비준 이후의 과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동의안이 국회에서 비준됨으로써 이제 OECD가입을 위한 국내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정부는 OECD가입을 추진하면서 야당과 경실련 등 일부의 반대여론에 부딪히자'가입은 하되 개도국 지위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었다.

이른바 '선진국 클럽'의 회원국이면서 개도국이 누릴 수 있는 해택은 모두 누리겠다는 이같은 방침이 과연 어느정도 관철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관철된다해도 그 기간은 극히 짧을 것이 분명하다.

머지 않아 우리도 선진국과 동일한 위치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는 모든 국내 제도와 관행을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중 재정비가 가장 시급한 분야가 소비자,고용, 환경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분야들이다. 이들 분야의 국내 제도는 선진국기준에서 보아 가장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소비자문제의 경우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인 제조물책임법이 아직 제정되지않은 상태이다.

그동안 소비자보호원 등을 중심으로 이 법의 제정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여러 차례 있었으나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를 내세운 재계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소비자 위해정보체계의 구축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 OECD회원국이 되면 OECD에서발간하는 수많은 자료와 논문을 통해 국제 경제의 흐름을 리얼 타임으로 접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위해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잘 알려 지지 않은 국내 상품의 하자가 외국의 자료를통해 국내로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OECD가입을 추진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분야는 자본이동 자유화부문이지만 OECD회원국들이 실제로 가장 불만을 표시한 분야는 노동과 환경분야다.

국내의 노동 및 환경관련 제도는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노동분야의 경우 OECD회원국들이 요구하는 것은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노동관계법의 개정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정부의 개선 방향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더 무게중심이 두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OECD가입 추진 과정에서 유럽 회원국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교원·공무원 노조인정과 복수노조및 제3자 개입금지 불인정을 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 전례에 비춰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노동관계법 개정방향은 국제기준에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제기준과 국내 현실을 어떻게 최단시간내에 조화시키느냐 하는 문제가 정부와 노동계,재계 모두에 던져진 과제다.

환경분야도 OECD가입으로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어야 할 분야다.

앞으로 제도 개선이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 화학물질 관리. 기존 화학물질의 목록 정비 및안전성 심사제도 개선, 새로운 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제도 강화, 화학물질 실험실 운영기준의 국제규격화 등 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이와 함께 자국에서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물질을 수입국의 의사에 반해 수출하지 말아야 한다는사전승인제의 도입도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 개선을 포함, 국내 환경관리 분야를 국제기준에 맞추려면 무엇보다 필요한것이 정부의 환경투자 확대이다. 정부도 환경관련 예산을 매년늘려가고 있지만 선진국 수준에는턱없이 못미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우리 경제현실이 환경투자에 전력투구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른바 '그린 라운드'등 국제적인 환경보호협약의 본격적인 발동에 대비한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는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정부는 OECD가입 직후인 지난 2일 대외경제조정위원회를 열어 OECD 가입에 따른 국내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연말까지 부처별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정부의 세부추진계획이 국제기준에 얼마나 접근하는지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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