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11시 대구시 달서구 두류3동 주택가. 대구 달서구청 쓰레기종량제 단속원 김부환씨(37)의 얼굴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종량제 규격봉투가 아닌 검고 흰 비닐봉지 6~7개가 전봇대 주위에 쌓여 있었던 것.
김씨는 쓰레기를 몰래 버린 '검은 양심'을 찾기 위해 비닐봉지를 열었으나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요즘은 영수증 등 추적당할만한 증거물을 같이 버리는 사람이 없어요" 그만큼 지능화됐다는것이 김씨의 관찰결과다. 봉투를 열자 고기뼈다귀 콩나물 김치찌개국물 등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코를 자극했다.
종량제가 실시된지 2년 가까이 됐으나 이같은 '몰래쓰레기'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갈수록 많아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송현여중-고 뒤편 공터, 서구 비산3동 서부시장 육교부근, 북구 대현2동 기계공구백화점옆, 동구 신암4동 궁전예식장 건너편 등 대구시내 곳곳에 자고나면 몰래 버린 쓰레기가 수북이 쌓인다. '쓰레기 양심'과 함께 쓰레기종량제가 실종된 현장이다.
대구시내 2백60여대 구청청소차가 처리하는 쓰레기는 하루 1천7백t. 이중 절반이 넘는 8백t 이상이 종량제 봉투가 아닌 일반 슈퍼용 봉투나 종이상자,쇼핑백 등에 담긴 '불법쓰레기'다. 불법쓰레기에 견디다 못한 대구 북구청은 규격봉투에 담지 않은 쓰레기는 수거를 않는 '극약처방'까지 내렸다. 그러나 오늘도 주택가 곳곳엔 불법 쓰레기들이 더욱 쌓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쓰레기종량제 실태'조사에서도 대구지역 주부 10명 중 4명이 쓰레기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생활쓰레기를 불법으로 버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쓰레기 불법투기와 함께 규격봉투에 담긴 쓰레기도 문제가 많다. 종량제 실시초 반짝하던 분리수거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쓰레기대란'을 촉발시킨 음식쓰레기의 경우 물이줄줄 흐르는 상태로 일반쓰레기와 함께 담겨 버려지고 있다.
대구시 서구 평리4동 회식당. 하루 평균 이용손님이 90여명인 이 식당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음식량은 1일 1백35kg정도이다. 이 중 음식쓰레기는 22%인 30kg이다. 식당 주인은 규격봉투에 음식쓰레기를 담아 내놓으면 청소차가 다른 쓰레기와 함께 가져 간다고 했다. 시민들이 애써 분리수거를 해도 매립장으로 향하는 청소차는 쓰레기를 구분 않고 처리하는 것이다. 대구시내 가정이나식당대부분도 사정은 마찬가지. 환경운동연합의 설문조사에서도 주부 10명중 8명이 음식쓰레기를일반쓰레기와 같이 버린다고 답했다.
대구에서 하루 배출되는 음식쓰레기 6백97t 중 가정에서 3백40t, 음식점 병원 학교 시장 등에서 3백57t정도 나온다. 전체 쓰레기발생량의 2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37억원. 웬만한 도로 하나를 뚫을 수 있는 큰 돈이다.
음식쓰레기 대부분이 물기가 있는 상태로 배출되는 것도 문제다. 대구시내 곳곳엔 쓰레기봉투에서 나온 음식쓰레기 침출수가 길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음식쓰레기는 99.9%가 달성군 다사면 대구시매립장에 매립된다. 대구시 청소과 이정동주임은 "젖은 음식쓰레기는 소각때 보조연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 소각률이 떨어지고 매립하더라도 심한 악취와 침출수로 인해 하천수와토양및 지하수 오염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부분 음식쓰레기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만mg/ℓ에서 30만mg/ℓ나 된다..공장폐수 배출허용기준 1백50mg/ℓ보다 66배에서 2천배나 높은 오염도이다. 하수구에 버려지거나땅속에 묻힌 음식쓰레기들이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킬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재활용이 추진되고 있으나 정부의 정책부재로 확산되지못하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보성맨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EM발효제를 사용, 음식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었다. 그러나 수거업자가 가져가지 않아 주민들은 한달전부터 일반쓰레기와 함께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음식쓰레기에 대한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수립이 절실함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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