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시가 낳은 비극

심야 귀가 여고생 성폭행·피살 사건은 모든 학부모와 교육종사자들에게 엄청난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입시 준비를 하는 고교생 대부분이 밤12시이후 귀가가다반사여서 부모들이 마음을 졸여오던 참이기 때문이다.

밤11시이후 시내 고교 앞길에 학원 차량과 학부모가 몰고온 차량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것은 어디서나 볼 수있는 풍속도.

숨진 김양의 아버지(46)도 학교에 있는 딸과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데리러 불야성을 이루는 차량대열에 섰었다. 그러나 딸을 범죄로부터 지켜낼 수 없었다.

요즘 고교생들이 귀가하는 시각은 밤 12시면 빠른 편. 음주운전 차량이 질주하고 행인이 적어 외진 이시각 길은 고교생들의 독차지이다. 범죄에 무방비로노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ㅅ고 2년 최모군(18·대구시 달서구 송현동)은 "학교 공부를 마치고 학원이나 독서실에 갔다 새벽 1~2시 집에 돌아갈때 사람을 만나면 섬뜩섬뜩하다"며"가로등이라도 밝았으면 좋겠다"고 했다.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가진 학부모 김모씨(48·대구시 수성구 범어1동)는 "밤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을 만나면 사람을 무척 경계한다"며 "어른들도 무서운데 어린 학생들은 얼마나 무섭겠느냐"고했다.

이번 김양 납치 살인사건을 계기로 입시 위주 학교 교육, 대학입학 만능주의교육풍토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ㄷ고 최모교사(34)는 "지금 학부모와 학교는 입시밖에 관심이 없다"며 "어린학생들이 밤12시 넘어서까지 바깥에서 공부하도록 내몬 것은 기성세대들"이라며 흥분했다.

한편 이날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뒤늦은 것도 안타까운 일로 지적되고 있다.김양의 아버지는 실종사실 발견 즉시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도 피살지점 부근을 유력한 우범지역으로 지목해수색대를 투입했다. 그러나 만약 경찰이 이 병력투입을 즉각했더라면, 그래서 사이렌 소리라도 울렸더라면 김양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경찰은 새벽 1시50분에야 피살지점에서 차량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러고도 사체찾기는 실패했다.사체는 길바닥에 그냥 버려져 있었지만 3시간이나 더 있다가 공사인부에 의해 발견됐다.〈崔在王·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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