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미 접촉에 대한 정부입장

간첩혐의로 북한에 억류중이던 에반 헌지커씨의 석방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간의 접촉이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가운데 정부는 일단 관망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헌지커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빌 리처드슨 미하원의원은 북한이 실종미군 유해 발굴을 위한 2차 북미합동조사단의 연내 입국과 북한내 문서보관소 및 박물관의 문서열람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에맞춰 북한방송은 리처드슨 의원 일행이 강석주(姜錫柱) 외교부부부장등과 만나 '조미(朝美)현안문제와 관련한 공동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보도한데 이어 28일 평양방송을 통해 남한당국과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남한배제입장'과 새로운 평화보장체계 수립제안에 응할 것을 미국측에거듭 촉구했다.

또 니컬러스 번스 미국무부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내주 뉴욕에서 북한과의 회담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북미간 움직임에 대해 당국자들은 일단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않으면서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태도이다.

먼저 리처드슨 의원의 방북성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이를 평가해야 한다는게 정부당국자들의 시각.

북한이 유해발굴단의 입북허용등 미끼를 던지며 미국에 화해의 제스처를 계속하고 있지만, 미국정부가 한국입장을 충분히 고려한뒤 대북관계및 접촉의 속도조절을 기해나갈 것으로 정부당국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동절기로 접어들어 유해발굴단이 방북을 하더라도 실질 작업이 불가능한 만큼 내년 봄 작업에 대비한 준비작업이나 문서열람에 그칠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북한이 북미간에 '공동조치' 운운하며 모종의 접촉성과가 있었던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대해서는고도의 심리전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다. 마치 북한은 잠수함 사건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한이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해결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심으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당국자들은 특히 리처드슨 의원의 방북을 통해 이뤄진 북미접촉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리처드슨의원의 방북을 통해 이뤄진 북미간 접촉은 북한외교부 미주국장이형철의 뉴욕방문시의 논의수준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북한측의 태도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마닐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측이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북한측의 수락할만한 조치를 받는데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미국측의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사과채널로서 4자회담이라는 채널을 하나 더 추가할 정도로 '편의'를 제공했으므로 공은 이제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잠수함 사건에 대한 북한측의 태도변화가 이뤄지지 않은채 북미간 접촉이 가속화될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데 일단은 상황전개를 낙관적으로 판단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니컬러스 번스 국무부 대변인이 27일 "헌지커의 석방은 당연한 결정으로 이번사건이 해결됐다고해서 미북간 다른 현안들이 자동적으로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이 잠수함 사건을 일으킨 데 대해 한국측에 사죄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온당할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힌데서 보듯 미정부도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해발굴단중 일부가 연내에 방북, 내년 봄 작업에 대비한 준비를 할 가능성은 배제하지않고 있는데 정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서는 굳이 막지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그 이상의 북미간 접촉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와의 조화및 병행원칙이 준수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우리입장을 관철하기위해 정부는 경수로비용의 상당부분을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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