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과 누드.
얼핏 생각해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형상들이 단청(丹靑)빛과 황토색 깃든 벽화 같은 화면(畵面) 속에서 묘한 대조를 이루며 정신성 강한 내면세계를 접한 느낌이게 한다."불교적 색채와 사상이 담겨있더라도 일반인들에게 종교적 거부감이 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 제 작업목표죠. 어쩌면 비구니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 소망을 화폭에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르고"
한국화가 김남희(金南姬.32.여)씨. 화장기없는 얼굴에 수수함이 돋보이는 그의 테마는 '만다라(曼陀羅)'.
흔히 불교에서 부처가 실제로 증험한 것을 나타낸 그림을 뜻하는 만다라가 김씨의 테마로 자리잡게 되기까진 불교 신자들로 이뤄진 그의 가정환경이 한몫했다.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불교 관련서적과 불교미술에 심취한 그는 지금도 자신의 작품을 두고 '부처에게 바치는 그림'이란 말을 곧잘 한다.
"그러면서도 왜 누드를 그리냐고요? 있는 그대로의 육체가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부각시켜 삶에대한 근원적 질문을 표현하기 위해서죠. 육체로부터의 사유(思惟)라고 할까요"그래서 그가 그린 누드는 육감적이고 에로틱한 분위기보다는 원시적 건강미와 가식없는 순수, 그리고 절제된 감정상태를 보여준다.
한때 "불상앞에 벗은 여인을 그려놓은 의도가 뭐냐" "종교를 모독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 적잖은불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한 김씨 역시 독실한 불교신자다.
"작품에 표현된 비로자나불, 관세음보살등 불상의 좌선 모습이나 손동작들은 모두 조금씩 형태가틀립니다. 그림속에서나마 천불(千佛), 만불(萬佛)을 표현하고픈 마음에섭니다"지난 87년 계명대 회화과를 졸업, 93년 에스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김씨는 이전부터 사찰의단청이나 문창살, 연꽃과 흰 코끼리, 물고기등 불교미술의 소재들을 배경으로 한 '천상(天上)' 연작을 선보여와 그의 말들은 결코 낯설지 않다.
"2년후쯤 4번째 개인전을 서울에서 가질까 해요. 계속 불교사상을 담은 그림을 할 계획이고. 언젠가 제 정신세계가 지극히 맑은 순간이 온다면 탱화도 꼭 한번 그려보고 싶습니다"수행자가 되고 싶었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음일까. 지금도 그는 이른 새벽 때때로 경주 오봉사등 절집을 찾아나선다. 그림속 불상이 하나둘씩 늘어갈 때마다 그림에 대한 열정과 불심 또한 마냥 깊어만 가듯.
〈金辰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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