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2월3일 노동법개정안을 확정발표했다. 이 안을 통해 노동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입장을표명한 셈이다. 정부수립이후 지금까지 노동법개정은 정치적 변혁기 즉 혁명 또는 쿠데타 직후에나 가능했는데, 현재의 개정안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을 거친 안치고는 우리 기대에 너무도 못미친다. 정부안은 지나치게 경영측의 입장에 서있는것이며 국민에게 이를 납득시킬만한 이론적 근거도 부족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도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정권이나 군사정권은 노동법자체를 위압적인 입장에서 대했으며 문민정부하에서는이러한 점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노동법개정문제에 관한한 현정부는 과거의 정권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잔재는 주로 집단적 근로관계법에 남아 있다. 정부안은 복수노조에 대해서교섭창구단일화를 전제로 97년부터 상급단체에 허용하고 단위사업장은 5년간 유예한다는 것이다.복수노조허용은 ILO조약의 기본적인 기준이라는 점에서 이를 허용하는 것은 당연하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단위사업장에 대해서도 내녀부터 동일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제3자 개입금지는 현행규정을 삭제하고 지원가능한 범위를 별도로 규정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타당한 조치라고 본다. 이는 현행 형법상의 규정에 의해서도 규율가능하며 노동법전문가등의 상담지원등이 허용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쟁의기간중 관계없는 자의 채용 및 대체를 금지하고 있는데 정부안은 당해사업내 대체근로 및 신규하도급을 허용하고 대체근로가 불가능한 유니언숍의 경우 외부대체·채용을 일시허용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계속적인 가동을 지원하려는취지인 것 같은데 엄연히 헌법 제33조가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쟁의를 무력화시키는 대체근로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 제33조가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서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이럴 경우 근로자의 쟁의행위는 무기력해질 것이다. 이러한 대체근로허용은 위험가능성이 있으며 따라서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노동조합의 정치활동허용은 타당한 조치라 하겠다. 그러나 정치자금법등의 개정이 수반되지 않는 한 이의 허용은 무의미하다. 직권중재의 대상인 필수공익사업중에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없는 통신사업등을 포함시킨 것은 ILO기준 위반이라 보며 직권중재제도자체가 후진적인 제도인만큼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개별근로관계법에 대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제가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쟁의기간 중의 임금지급, 이를 흔히 무노동 무임금이라 하는데 이 문제에 관해서 사용자의 쟁의기간중 임금지급 및 노조의 쟁의행위를 동시에 금지하고 있다. 이것을 법제화하더라도 실제 잘 준수될지 의문이고 독일법원도 쟁의기간중 임금지급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서 볼 때 이것은 당사자의자율에 맡겨야 할 사항이다.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 소위 정리해고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있다. 한마디로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규정이 없는 현행법하에서도 기업들은 경영상의 이유로 얼마든지 정리해고를 해 왔고 또 보수적인 법원은 이를 허용해 왔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것이 이유인 것 같은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정리해고보다 오히려 전직훈련이나 사내활용방안모색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리해고보다 기업내 활용방안을 택한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레이오프제도를 택한 미국기업보다 경쟁력이 더 강하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언제 쫓겨날 지 모르는기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근로자가 어디 있겠는가. 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제 이외에도 시간제근로 등 근로시간에 관한 법규가 기업의 활동에 저해요인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계획휴가제의 도입이라든가 재택근무등 새로운 근무형태에 대비하는 입법태도가 요망된다.공공부문중 공무의 단결권에 대해서는 계속 금지하고, 교원에 대해서는 단결권을 2년간 유예하고제한적 협의권을 인정하고 교원단체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다. 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이 이미 있었고 그리고 입법권고기한이 1995년 12월로 경과했다. 그렇다면 헌법 제33조와의 관련상 공무원단결을 금지하는 법이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노동법중 가장 후진적인 교원·공무원 단결권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것이다.
정부는 노동법을 개정함에 있어 지나치게 경영측의 입장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도를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 70년대와 같이 경제논리를 우선하고 사회정의를 경시하여 일을 추진한다면 이번의 노동법개정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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