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가시면 반드시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샌프란시스코에 가시면 정다운 사람들을 만날거예요…'
스코트 멕켄지(Scott Mcquenzie)가 60년대에 불러 국내에서도 지금의 30-40대들에게 널리 알려진'샌프란시스코'. 당시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벌어지던 꽃축제를 묘사한 곡으로 히피철학이지배하던 미국의 모습이 꿈결마냥 연상된다.
경쾌하게 울리는 기타음과 더불어 자유와 낭만,그리고 다소의 설레임도….
단풍이 막 영글어 가던 9월 어느날, 우리에게 이 곡을 들려주며 '애인'은다가왔다. 그리고 가을잎새가 하나 둘 떨어질때쯤 그 '애인'은 우리에게 저마다의 가슴에'생채기'만을 남겨둔채 휑하니떠나 버렸다. 무성했던 뒷말들을남기고….
지난달 22일 TV드라마 '애인'은 종영됐다. 9월 17일부터 16부작으로 시작된미니시리즈니까 우리가 '애인'과 만난것은 한달 남짓인 셈이다.
그같은 만남에서는 주위의 논쟁이 적지 않았다. 서로 애인이 된 주체들이 유부남이었고 또 유부녀였기 때문이다. 한켠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관계라고 '중단하라'고 까지 호통치는가 하면 또다른 측에선 '현실적으로 있을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격려해줬다.
30대 사랑은 고통뒤따라
우리를'애인'과 함께 그렇게 한 차례의 격정으로 몰아넣도록 한 그 사람은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여의도 미성아파트 E동 102호. 그 주인공을 찾아갔다. 중견극작가 최연지씨.
"지난 92년 청준드라마인'질투'를 만들때에는 즐거움만 느꼈어요. 그런데이번 '애인'은 불륜드라마라는 식의 비난도 많이 받았지요. 극중에서 유부녀인 여경(황신혜)이 남자주인공인 운오(유동근)와 만나 호텔에 들어가는 장면이있었는데 난리가 났지요. 만일 호텔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면방송이 중단됐을거예요"
그녀는 극이 방영될 당시의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우선 얘기하고 싶어했다. 그렇다고 '애인'을 선사한데 대해 결코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드라마에서 다루는 20대의 사랑의 대부분은 감정에 따라 누군가를 선택하고 행복한 결혼으로 이야기를 끝맺죠. 그러나 30대의 사랑은 선택에 대한책임과 가정때문에 고통이 따르는 사랑이라는 걸 '애인'을 통해 말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누구에게나 현실을 살면서도 '+꿈'이 있기에 살아 갈수 있다고 말한다. 고된 일도 그 같은꿈을 갖고 있기에 살아 간다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 이같은 꿈에 대해 배려해 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자기가 무시하는 상대방이 어디 나가면 누군가의 연인이 될수도 있다는 점을명심해야 되며 그러기에 부부가 서로 잘 보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인'의 또 다른 배경음악이었던 'I owe you(당신 덕분이지요)'를 흥얼대지만 우리 가정은 아직도 'You owe me(내 덕분인 줄 알아)'수준이 주류를이루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아직도 '내덕분'이 주류
그렇게 보자면 이 드라마는 상당히 건전하고 교훈적인 것인 셈이다. 그렇다면심지어 국회 국정감사장에 까지 논란의 대상이 돼"불륜과 외도를 아름다운 것처럼 조장하는 마약같은 드라마"라는비난의 대상이 되었을까. 작가 스스로도'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심산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녀의 제작단계 과정을 들어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기획서를 여러번 올렸지만 그때마다제작진으로부터 신선하지 않다면 퇴짜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런류가 시청율을 높인전례가 없다고 위에서는 판단하고 있었다.
많은 설득으로 기어이 관철했지만 제작진들 사이에서는 시청자들의 무관심을우려하는 분위기가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녀는 그이유가 우리 가정,특히 30. 40대 주부들의 꿈에 대해 얘기한 것이기 때문으로본다. 드라마에 그렇게 공감하는 만큼 우리 가정의 취약함을 현실적으로 반증해 준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현실의 무게에 눌리는 만큼 꿈은 더 자주꾸게되며 그같은 우리의 현주소가 인기를 담보해 준 것이다.
작가가 사는 모습에 눈을 돌려 보았다. 항간에 자전적 작품이란 설도 있은 터였다. 결론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45평 남짓의 아파트. '코리아 타임스'에 근무하는 기자 남편과 두 딸을 두고 산다. 남편은 '애인'드라마가 논란속에 진행되는 동안에도 격려를 아끼지않았다.
그녀는 일년에 두번 정도 작품을 내고 이를 자신과 계약한 방송사에 넘긴다.
물론 가정 주부로서의 역할은 온전히 그녀 몫이다. 아침 5시에 기상해 남편과대학에 다니는 큰딸,고등학생 둘째딸아침을 장만하고 낮시간에 주로 글을 쓴다.
글을 쓰지 않으면 독서나 취재활동에 나선다. 특히 각분야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있는 요즘 취재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보더라도 전혀 엉성하지 않을만큼 밀착해 진행한다.
기획한 작품이 방영될때는 일주일에 원고지 3백장을 써대야 한다. 2시간 정도의 방영분량이다. 이때는 이틀에 한번꼴로 밤을 샌단다.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다. 그녀 역시 마감시간이 스트레스다.아이들 영어과외는 자신이 대신한다. 자신이 이화여대 영문과에다 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슈퍼우먼'인 셈이다.
그러나 그녀는"일의 즐거움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공중파를 상대로 한 방송작가인 만큼 소재에는 일정한 제약이 따르지만 가히 폭발적이라할 영향력이매력적이란 것이다.
언젠가는 소설도 써볼 생각
그녀는 이제 내년 봄쯤 방영할 예상으로 40대의 가족얘기를 주제로 작품을구성중에 있다. 명랑드라마로 진행시킬 예정이다. 가족사랑등 여전히 현실밀착형소재들로 꾸밀 작정이다. 현실을 바탕으로 한 가정과 사랑얘기가 그의 주요테마로 정착되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보수적인 남자들은사랑타령이라고 폄하할지모르지만 사랑은 역사를 움직이고 사회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등 대부분의 삶과연관돼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심리와 사랑을 테마로 계속 극을 써 나갈 작정입니다"그녀는 언젠가는 소설을 써볼 작정이다. 표현에 제약을 느낀 소재들을 주로해서다. 활자에 대한동정도 많다.
굳이 언젠가 드라마'애인'으로서의 대리만족에 머무는 것이 아닌 본인의'바람피울 성향'에 대해물어보았다.
"항상 헤어질 준비를 해 있으면 오히려 건강한 가정이 될수 있을것"이라는선문답이 돌아왔다.〈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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