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간심리 그린 소설 독자유혹

전통적인 소설문법보다는 인문사회과학의 인물사, 문화사적 입장에서 다양한 인간유형과 내면심리를 풀어낸 작품들이 번역출간돼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아일랜드출신 소설가 프랭크 해리스의 자전적 소설 '내가 사랑한 것들'(푸른문학사 전7권)과 스위스작가 페터 빅셀전집(하늘연못 전5권)이 그것. 국내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영국일간지 '이브닝 뉴스'편집장으로 오스카 와일드, 버나드 쇼등과 함께 19세기말 영국사교계를 풍미했던프랭크 해리스(1855~1931)는 자유로운 사상과 도덕관으로 세인의 주목을 끌었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문화와 예술뿐아니라 정치, 과학, 사회구조등 다방면에 걸친 탐구와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스스로 '세계인'이라 부를 정도로 새로움에 대한 열정을 보인 작가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작가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과의 만남, 여인과의 사랑, 결혼, 섹스, 세계여행등 다양한 체험을 생생하게 그린 방대한 분량의 연대기적 작품이다. 국내에서 처음번역소개된 이 소설은 에로틱한 묘사로 1920년대 발표당시부터 거의 30년동안 미국, 영국등지에서 출판금지됐으나 유일하게 파리에서만 출판이 허락돼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고돌아올 정도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이번 번역본도 출판사측이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 에로틱한 묘사들을 상당부분 삭제, 출간했다. 당시 대담한 성적 묘사와 성모럴의 토로로 세인의 비난을 받기도한 이 작품은 당대 유명인사들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를 뒤엎고 자신만의시각에서 과감하게 재조명, 19세기말과 20세기초 유럽사회의 변모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장편소설 '사계'로 독일문학권 최고의 상으로 손꼽히는 '47그룹상'을 수상한 스위스의 대표적인작가 페터 빅셀(1935~)의 전집이 국내 첫 번역출간됐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사계'와 우화소설집 '책상은 책상이다'등 2권으로 '술꾼, 경찰관, 그리고 아름다운 마겔로네' '잘못된 시대에 대한이야기'등의 작품이 차례로 번역소개될 예정. 수십개 언어로 출간된 '블룸부인은 우유배달부와 만나고 싶어한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등으로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빅셀은 삶의 갈피속에숨겨져 있는 인간의 욕구와 일상의 진실을 훑어내며 불변의 진리와 당연한 일상을 거부하는 인물들을 작품에 등장시켜 기존 가치체계와 낡은 사고방식을 거부하는 반역적 사유의 작가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장편 '사계'는 네 가구가 세들어 살고 있는 집을 무대로 뒤엉킨 실타래와 같은 주인공들의 생활사를 통해 현대인의 소외와 절망을 다룬 작품으로 빅셀특유의 간결하고 서정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장편소설. 어디든 안주하지 못하고 떠날 궁리만하는 주인공 키닝커를 통해 작가는 현대인이안고 있는 소외와 부조화, 절망과 불안의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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