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섬유단체장 지도력

모래알 같은 섬유단체, 섬유인.

지역섬유업계가 지난 84~85년 불황때보다 더 심각한 중증(重症)을 앓고 있다. '돛대도 없고 삿대도 없이' 반짝경기로 연명해온 것이 결국 10년만에 더 큰 위기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최근 섬유단체장들은 사태수습에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연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부도를 맞은 기업인과 종업원들에겐욕먹을 말이지만 기자에겐 최근 2년간 불황과 불화로 침체됐던 섬유인들이 모처럼 힘을 모으고활기를 보이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

그러나 최근 3회에 걸쳐 열린 업계대책회의를 지켜보며 기자의 마음은 다시 착잡해졌다. 섬유단체장을 맡고 있는 인사들은 회의때마다 목소리만 컸지 전업계의 힘을 모으는데는 역부족임을 곳곳에서 보여줬다. 대책회의때 일부 섬유인들이 지적한 단체장들과 원로들의 '역할부재론'과 대경직물상사의 운영상 문제점, 덤핑자제, 감량생산에 대기업부터 앞장서야 된다는 등의 소수의견은 '무슨이유'에선지 무시되기 일쑤였다. 회의장 주변에서는 "회의때 아무말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할 말이 많을 것이다"라는 역설적인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3일 대구시, 경북도 등 지자체와 유관기관단체와 함께한 대책회의에서는 업종이기주의에 빠진 섬유업계의 일그러진 한 단면을 드러냈다. 염색조합 김해수 이사장은 제직업체들의 잇단 도산으로염색업체들이 연쇄부도 위기에 몰렸다며 염색업계를 위한 자금지원을, 직물조합 이효균 이사장은협동화사업으로 추진된 '대경염직'이 세제지원을 못받고 있다며 이에따른 대책도 대정부 건의안에 넣자고 주장했다. 회의를 주재한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박용관 회장은 회의 목적이 부도방지를 위한 긴급대책회의인데 이들 내용은 주제와 빗나간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고성이 오가는 사태를 초래, 참석한 부시장과 부지사가 중재안을 제시하는 주객이 뒤바뀐 상황을 연출했다.또 화급을 다투는 상황임에도 불구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린지 나흘이 지나도 위원장을 선출하지못했고 이날도 서로 눈치만 보느라 정부 및 청와대 방문단을 구성하지 못하고 말았다.섬유단체장들은 업계 일부에서 '단체장 세대교체론' '단체장 역할 부재론'이 왜 흘러나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단체장들의 지도력과 자기희생이 필요한 때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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