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대탈출예고에 비상대책을

북한 주민 일가족 17명이 홍콩으로 집단 탈출, 한국으로의 망명을 희망하고 있다. 북한의 붕괴와몰락을 전제할 때 현 수준은 민중봉기 바로 전단계인 주민통제력이 크게 약화되는 시기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막연하게 추측해오던 북한주민의 대규모 탈출사태가 곧 눈앞에 닥쳐올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함북 회령에서 공장노동자로 일해온 김경호씨(68)부부와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조카 손자 손녀등성인남자 7명 성인여자 5명 어린이 5명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10월16일 두만강을 건너 용정심양 북경 광주 심천을 거쳐 지난달 24일 홍콩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탈출 일가족의 대변인격인 차남 금철씨(36)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탈출하는 것은 북의 식량난과 생활여건이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질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있다. 북한에 남아 있어도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어차피 굶어 죽을 상황이기 때문에 탈출하다 죽으나 제자리서 죽으나 같다는 절박한 심정이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국경을 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민군 분대장 출신인 금철씨는 군인들도 식량이 모자라 규정된 급식을 받지 못하고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여 사기는 날로 떨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훈련과 통제가 제대로 먹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말은 지난 7월11일 한강하류를 헤엄쳐 귀순한 북한주민 최승찬씨의 '굶어 죽으나 탈출하다가총맞아 죽으나 같다'는 진술과 일치하는 것으로 북한의 식량난은 체제를 흔들 정도로 심각함을알수 있다.

최근 1년사이에 북한을 탈출한 주민과 군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평양등 대도시의 식량배급은 양이 절반정도로 줄었으며 산간벽지에는 배급이 벌써부터 끊겨 굶어 죽는 사람이 목격되는 것이 북한의 실상이자 현주소이다.

이제 겨울이 깊어져 북한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두만강과 압록강이 얼어 붙고 이에 덩달아 식량난에 겹쳐 체제에 불만을 느낀 국경감시군인들의 초계근무가 소홀해지면 일가족 탈출이 아니라마을단위의 탈출도 가능해져 정말 엑소더스 러시를 이룰수도 있을 것이다.

나라가 안정되려면 우선 국민들이 배불리 먹어야 하고 몸이 자유로워야 하며 삶의 희망이 있어야하는 법이다. 북한은 체제유지의 기본조건을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붕괴는필연이다.

북한은 공비침투사건을 사과하고 4자회담에 나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 살 길이다.그리고 우리정부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여 다각도의 대비책을 세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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