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 레이스 이회창(1)

"'더러운 政爭'불러 양김과 맞서기"

15대 대선이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여권주자들은 대선후보 선점에 안간힘을 쏟고 있고 야권주자들은 후보단일화에 매달리고 있는등 바야흐로'대선레이스의 초반전'이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뜨거운 총선열기로 시작한 올해가 뜨거운 대선열기로 바통을 넘겨주며 막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여야 대선주자들은 올 한 해가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다. 내년이 올해의 단절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한해의 좌절과 결실, 그리고 대망의 내년 설계, 간헐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전력검증, 최근의 동향과 현재의 정치적 위상 등을 점검해본다.여권내 유력 대선주자인 신한국당의 이회창고문(61세). 그는 올해 벌써 네차례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지난 6월 실질경선을 주장해서 눈길을 모았고, 7월과 8월에는'패거리정치론'과'대선후보 조기가시화'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으며 최근에는 '더러운 정쟁'발언으로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여권내 여타 대선주자들과 비교해서 결코 조용히 지내는 편은 아니다. 그만큼 그의 위치가 대선주자중 수위자리에 성큼 다가서서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지난달 27일의 '더러운 정쟁'발언은 연말 대선정국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건이다. 평가는다양한 편이다. 경쟁자들이 우글거리는 정치판에서야 "좀 심한 언사가 아니냐","유아독존적 모습을 다시 보였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바른 소리 했다"며 시원해 하고 있다는 얘기들도적잖다.

그러나 그는 이 발언을 통해 손실도 있었지만 이득도 만만찮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야권과의전투를 통해 대선구도를 '양김 대(對) 이회창'의 대결로 몰아가는데는 성공했다고도 할수 있다.이를 통해 이고문이 당내 선두주자로 자리매김을 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가 지난 1월 신한국당의 총선 참패가 점쳐지던 어려운 시기에 전국구 1번공천과 함께 선거대책위의장자리를 맡으면서 정치초년생에 불과하던 그가 현재의 위치까지 온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없다는 게 정가의 공통된 인식이다.

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올 한해의 성과에 대해"최선을 다했지만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며 웃었다.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한 측근도 "정치판에서 정치 신인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그는 '더러운 정쟁'발언 논란과정에서 야권이 전력 시비를 걸고 나서면서 대선주자의 통과 관문인 인사청문회를 겉치레나마 치른게 소기의 성과다.

5공시절 대법관 발탁에 대해서는 당시 박철언의원이 "소신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를 발탁했다"고설명해 주었고 88년 노태우전대통령 당시 취임 전에 구성한 민주화합위원회에 참여도 "취지가 좋았다"면서 "지금도 잘 한 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전 5·16혁명재판소의 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는 서열상 차출이었음을 강변했고 부친 이홍규옹(92)의 49년 반공법위반혐의 구속사건은"그시절에도 무혐의 처리되어 검사생활을 했다" 고 밝혔다. 자녀들의 병역면제는 신체적 결함때문인것으로 드러났고 변호사 수임료와 대우그룹의 법률고문수입은 평균이하인것으로 나타나 일단 그는 아직은(?) 별다른 하자는 없는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앞에는 넘어야 할 큰 산이 가로놓여 있다. 바로 이번 여권의 대선후보결정 과정에서가장 중요한 대목인 '김심(金心)'과 민주계의 저항이다. 김심대목에서는 그의 진영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않고 있다. 다만 민주계쪽의 동태에 대한 불안감은 있기는 하다. 그래서 한 측근은 "내년부터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본격 강조하기 시작하면 오해가 크게 불식될 것"라며 낙관했다.이처럼 이고문측은 올해의 성과보다는 내년의 일에 더욱 고심하는 모습이다.

내년부터는 비전을 제시한다는 복안이다. 지금까지는 빡빡한 스케줄에 바탕한'이회창 알리기'차원이었다면 내년부터는 '이회창 굳히기'차원일 수 있다.

경제분야를 비롯 정책파트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강성이미지를 탈피하고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내년 1월중순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던져 줄 수 있는 자전적 삶의 에세이집을 펴내기로 했다.

타후보들과의 합종연횡도 신경을 쓰지않을 수 없다. 권력분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타 주자들에게굵직한 자리를 보장해 주려는 구상도 있다. 아직 확인할수 없지만 김윤환고문이 접근하고 있다는관측이 제기되고있다. 더욱이 요즘 이고문에게는 법조계는 물론 정계, 관계, 학계인사들이 서서히모여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조직 결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동기미조차 없다. 신중함이 역력하다.

드러나지 않게 정세 분석이나 연설문 작성 등을 도와주는 지원그룹은 소규모로 몇개 있다는 후문이다.

경기고,서울대법대,법조계는 그의 큰 버팀목이다.

최근 그의 언행중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는 대목은 김영삼대통령을 도와주는 발언을 자주 하고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대선논의를 할 시점이 아니다","전당대회도 가급적 야당의 상황에 맞춰뒤로 미룰 수 있다","경선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은 크다"는 식으로 대선행보를 자제하고 있는데서이를 잘 읽을수 있다. 그의 측근들은"대통령과의 관계가 일반시중의 소문과는 다를 것"이라며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일단 이고문도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뜻은 분명하다.근래 이고문측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이고문을 내심 지지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름을 밝히면 다 알만한 민주계 인사들이 '이회창 불가피론'를 내세우고 있을 정도이다.

각 지역에서도 이고문은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이고문측의 주장이다.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고문자신도 지난 총선때와 얼마 전 강연차 대구에 갔을 때를 상기하며 "푸근함을 느꼈다"고 말하는등 TK지역에 애정을 한껏 보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까지의 길은 험하고 어려운 법.

그가 당내외의 거센 비바람을 어떻게 뛰어넘을지가 주목된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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