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1개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위장계열사가 97개나 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정부의 경제력억제대책의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케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의 위장계열사를 처음 조사한 것은 지난 93년. 이때는 14개 그룹이 29개의위장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위장계열사의 수는 68개가 늘어났고 이를 소유하고 있는 재벌은 7개가늘어났다.
특히 30대 재벌의 경우 지난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밝혀진 진로, 해태, 한화그룹의 위장계열사4개에다 이번에 드러난 73개를 합하면 올들어 밝혀진 위장계열사만 77개에 달한다. 이는 현재 30대 재벌의 계열사 6백69개의 12%%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번에 밝혀진 30대 재벌 소유 위장계열사의 특징을 보면 절반 이상이 매출액 1백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재벌이 조직의 슬림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보다는 덩치키우기에만열을 올리고 있음을 뜻한다.
재벌이 이처럼 위장계열사를 두고 있는 이유는 대략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기업집단 계열사로 지정될 경우 받게 되는 출자제한이나 지분제한 등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위장계열사를 소유하는 경우다.
또 친족회사, 종업원출자회사, 전직 임원이 세운 회사 등을 통해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진출이 금지된 중소기업 업종에 진출하는 사례도 많다.
이와 함께 자금회수와 유통망(대리점) 유지를 위해 부실화된 거래업체를 인수해 위장계열사로 거느리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러나 위장계열사의 적발을 위한 장치는 매우 부실한 형편이다.
공정위는 서류상 지분관계를 중심 조사했던 지난 93년과는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지분관계와 함께 임직원 교류, 거래관계 등 '사실상의 지배관계'를 밝히는 포괄적 조사방법을 취했다고 밝혔다.그러나 계열사 여부를 구분하는 기준인 '사실상의 지배'의 범위와 한계가 명확하지 않다. 그 결과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재벌들로 하여금 불만의 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또 친족회사를 계열회사로 가르는 기준이나 종업원 출자회사에 대한 규정 역시 불분명한 실정이다.
날로 지능화해가는 재벌의 위장계열사 설립 방식에 공정위가 과연 어느 정도로 촘촘한 적발의 그물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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