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되돌아본 격동 '96(6)-한총련 시위

"폭력은 안된다" 뼈아픈 교훈

단일사건으로는 사법사상 최대규모인 4백44명이 무더기로 구속기소된 한총련의 연세대시위사건이후 각계에서는 "이번사건이 폭력시위로 이어지는 학생운동을 지양하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대축전'행사를 원천봉쇄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항,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든학생들의 격렬시위는 경찰의 '행사참가학생 전원연행'이라는 초강수를 불러와 일부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

학생들이 행사장봉쇄에 맞서 가두시위를 벌인 8월12일부터 농성장 강제진압까지 9일간의 학생과경찰의 충돌이후 여야를 비롯한 정당과 각계각층은 "폭력시위와 북한을 이롭게하는 용공주장은더이상 우리사회에서 용인될수없다"는 점을강조했다. 격렬시위에 발이 묶여 불만을 털어놓던 시민들도 농성장 진압후 폐허가 된 학교건물이 공개되면서 폭력시위에대한 비난과 반감을 감추지않았다. 한총련도 사건이후 자신들이 벌여온 통일운동을 대중운동으로 확산시키는데 실패했음을 인정하면서 공권력남용을 비난하기에 앞서 어떤 폭력사용도 자제하겠다고 사과했다.그통에 국내외 언론들은 연세대시위사건을 '한국판 동경대 야스타강당 농성사건'으로 규정하기도했다. 야스타강당사건은 동경대 과격파 학생단체의 모임인 전학생공동투쟁위원회 소속학생 6백여명이 지난68년부터 무려 1년간 점거농성을벌이다 전원이 연행돼 재판을 받은 사건. 일본법원은이중 1백여명에게 징역3년이상의 실형을 선고, 이후 일본학생의 과격시위는 정당성을 잃는 계기가 됐었다.

한총련을 '친북세력''통일방해세력'으로 규정한 정부가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철저응징 입장을 천명하면서 사건이후 학생운동권은 우선 각 대학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게됐다. 한총련 사무실이 폐쇄되는가하면 학생회에 대한 수익사업 불허와 이념서클의 대학구내사무실 이용금지조치등이 잇따르게 됐다.

법원도 구속기소된 학생들에게 무더기로 실형선고를 내렸다. 지난10월29일 서울지법은 구속기소된 4백44명중 1백10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51명에게 징역 3년~8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과질서를 무시하는 폭력시위로 발생한 인적, 물적피해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특히 법원은 "왜곡된 시위문화를 제자리로 돌리고 학생들의 사상적 편향과 표류를 막기위해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선고이유를 밝혔다.

한총련의 친북노선이 공안당국에 의해 밝혀지면서 공권력의 무능함에 대한 비난도 비등했다. 대북정책의 혼선과 관용만을 앞세운채 일관성이 결여된 법집행등 통일정책과 대공전략에대한 총체적 부실이 한총련사태를 초래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사태이후 일부에서는 폭력시위를 상당기간방치한 정부의 우유부단과 무분별한 좌경의식의 영입을 경계했다.

학생들의 오도된 친북관과 법질서 파괴를 수수방관해온 대학과 교수사회의 책임도 지적됐다. 대학관계자는 한총련사태에 대해 "학생들을 지도해야할 대학과 교수사회가 운동권학생들의 눈치를보아온 결과"라며 "한총련의 활동이 친북이적성을 띠고 있다고해서 이들 모두를 용공좌경으로 몰기보다는 대학사회가 학생들을 설득, 대학이 폭력혁명의 거점화가 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徐泳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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