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되돌아본 격동 '96 (8·끝)-공직비리 사정

"잘라도 살아나는 총체적 부패"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취임초에 "한푼도 안받겠다"고 선언했고 이후에도 틈나는대로 선언을 반복했다.

그런데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척결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는 "윗물은 맑아졌는지 모르지만 아랫물은 더 탁했으면 탁했지 예전보다 나아진게 없다"고 말하는 이까지 있을 정도다.

지난 3월에 있은 청와대 제1부속실장 장학로씨 부정축재 사건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중 하나다. 현 정권의 도덕성에 찬물을 끼얹은 이 사건은 전 국민에 엄청난 충격과 배신감을 안겼고이 사건의 제일은행장이 대출커미션과 관련, 구속되는 일까지 생겨났다.

사정의 칼을 쥔 검찰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해 수사를 게을리한 것도 아니다.올해도 지난 11월부터 비리 공직자에 대한 검찰의 집중수사가 시작됐다. 대통령 재임4차연도가거의 끝나가면서 전반적인 사회기강이 해이해지고있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10월에 있은 서울 시내버스와 이양호(李養鎬) 전 국방장관의 비리가 도화선이 됐다.

이 두사건은 장학로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현정권의 도덕성에 상당한 손상을 입히고 서민의 발인시내버스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까지 파생시켰다. 대구지역에도 시내버스의 수입금횡령에 대한 의혹이 시민단체등에서 제기돼 지금도 논란을 빚고있다.

11월에 시작된 공직비리 집중수사는 교통 소방 세무 위생 건설등 민원분야와 지방의회등 정경유착의 토착비리가 주된 대상이었지만 사회 지도층의 비리도 잇따라 드러났다. 현직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인이 안경사협회의 로비자금 1억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장관 경질과 함께 부인은 구속됐다.

또 업체에 특혜대출을 해주고 2억여원을 받은 서울은행장이 구속되면서 지역 대표기업중 하나인우방도 이 사건에 휘말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충격을 안겼다.

대구·경북지역에도 대구지검의 부정부패 수사가 강화되면서 1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세무공무원과 구청·교육청·산림청 공무원, 지방의회의원등 11명이 각종 공직자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정재균(鄭宰均) 영천시장의 뇌물수수혐의 사건은 검찰의 공직자 비리수사와는 무관하지만 지역에서는 처음 있는 민선 자치단체장에 대한 비리수사여서 상당한 파문을 던졌다.

그러나 경북지방경찰청이 인사청탁및 관급공사등과 관련, 정시장이 뇌물을 받았다고 압수수색을벌이면서 시작된 이사건은 별다른 수뢰혐의를 밝혀내지 못한채 검찰로 넘겨졌다. 이때문에 뚜렷한 혐의점도 없이 첩보만 가지고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공직자 비리에 대한 검찰의 집중수사가 지속되면서 공직사회가 또다시 얼어붙고 "모든 공직자를비리 공무원인양 취급한다"는 공직사회의 볼멘 소리도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검찰은 근한달만에 집중수사를 지양하고, 지속적이며 일상적인 부정부패척결수사로 전환한다며 공직사회에대한 선무에 나섰다.

대구지검은 지금도 건축, 식품, 환경, 공무원 인사등과 관련된 일부 비리를 포착해 내사를 계속하고있다. 검찰은 그러나 비리 수사를 계속하면서도 지역 경제계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 경제비리에대해서는 신중한 입중이다.

대구지검은 사실 건축부문에서 일부 혐의점을 포착했지만 가라앉은 건설경기에 미칠 충격을 우려, 수사를 않고 예의 주시하고있으며 금융비리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공직자의 비리는 우리 사회-경제의 총체적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현 정권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을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소리높여 외쳤다.

그러나 시민들은 지금도 일부 공직자의 뒷거래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공직자 부정부패가 내년에도 이 사회의 고질적 병폐중 하나로 꼽히며 국민들에게 충격과 실망을안겨줄지 지켜볼 일이다. 〈許容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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