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된 어느 분이 자녀들의 도움으로 미국서부를 관광하고 오셨다. 소감을 묻자 "큰일났습니다.망합니다"고 단언했다. 미국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망한다는 것이었다. 그 분의 얘긴즉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장에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으냐는 것이었다.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거의가 머리카락이 하얀 노인네들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비뚤어진소비·향락을 개탄하는 것이지만 '나라 망한다'는 느낌으로까지 연결됐다는 점이 예사가 아니다.*절제 모르는 소비·향락
과소비하는 사람이 자신이 과소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20~30년 열심히일해온 사람이, 유산을 듬뿍 물려 받은 사람이, 좀 쓰고 살겠다는 것 말릴 수야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절제와 수분(守分)에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기강도 없어지고, 정열과 패기도 사라지고, 비전도 없는 난파선(難破船)처럼 망망대해를 떠도는 것 같다.
그 이유를 찾아보면 모두 근원(根源)·근본(根本)을 잊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란 걸 알 수 있다.근본을 잊은 사회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초공사를 잘못한 건축물이 금이가고 급기야 붕괴되듯이 아주 위험해진다. 근본을 잊어버리게 된 원인은 사물(事物)의 노예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먼저(先)이고, 어느것이 나중(後)인지를 분간하지못하기 때문에 앞날에 대한 예측도 없고, 목표도흐지부지되는 것이다. 사물의 노예가 된다는 말은 쉽게 말해서 욕심(慾心)이 지나치다는 것이다.*事物의 노예되는 사회
윈스턴 처칠이 방송연설을 하기위해 그날 승용차가 없었던지, 택시를 불러 BBC방송국까지 가자고 했다. 운전기사가 그렇게 먼곳까지는 못가겠다는 것이다. 처칠이 이유를 묻자 오늘 처칠의 연설을 꼭 듣기위해서란 것이다. 기분이 좋아진 처칠이 1파운드의 돈을 더 집어주자 운전기사가 돈을 얼핏 보더니 퉁명스럽게 "타십시오. 처칠인지 개떡인지 돈이나 벌고봐야겠소"하더란 것이다.오늘 운전기사의 목표중 중요한 것은 처칠의 연설을 경청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1파운드에 목표가 변경된 것이다.
한순간 저도 모르게 사물의 노예가 되는 과정을 겪을때가 많다. 눈보라치는 어느날 양떼를 이동시키던 목동이 동굴을 발견하고 눈을 피하려고 그곳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야생 양들이 눈바람을피해 동굴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 목동은 야생양들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기위해 건초를 듬뿍 먹였다. 날이 새자 눈발도 그쳤다. 야생 양들은 힘차게 동굴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그제서야 목동은 자기의 양들을 돌아보니 밤새 허기와 눈발에 모두 지쳐 죽어있었다.
한때 우리는 마라톤은 우리체격·체질에 맞지않는다고 했다. 20세이전의 마라톤코스완주(完走)는안된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또 창자가 왜 아픈지를 알아내고 경기일 2~3주전부터 식이요법을 개발해내, 세계정상에 도달했다. 근본을 찾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린벨트를 완화하자는 말들이 자주 나온다. 35년간 3천2백만평의 숲을 사라지게 하고도 또 더풀자는 것이다. 그린벨트 설정의 근본이유를 잊어버려선 안된다. 무분별한 도시확장을 막고, 도시공간을 확보(맑은 공기)하자는데 있었다.
욕심버리고 본분생각을
정치인은 그들의 존재이유를 살펴보면 복잡하던 머리가 정돈될 것이다. 공무원들은 스스로 공복(公僕)이라고 하면서도 아직도 군림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교통경찰관의 주요 임무는원활한 교통소통과 사고예방에 있다. 단속건수(件數) 위주의 근무를 하면 안된다. 군인의 근본은경계·순찰·감시·전력배가등이다. 근본을 잊어버리는 주요원인의 하나가 욕심이라고 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는 말은 성서(聖書)의 기록이지만, 팔만대장경에도 '욕심은 만족을 모르는 불가사리'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한다.
연말을 맞았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근본을 찾아볼때다. 선인들도 이익을 보면 먼저 의리를 생각하라(見利思義)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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