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고문의 올 한해 움직임을 보면 출발선상에서 총성이 울리기를 기다리며 팽팽히 몸을 곧추세운 단거리주자를 연상케 된다. '땅'하는 신호음이 울리기만하면 누구보다 무섭게 돌진해 들어갈 듯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고문은 무엇보다 자신의 몸매를 다듬는데 무서운 집념으로 한해를 보냈다.'정책 마인드가 없는 과거형 인물'. 그의 몸매를 다듬는데 가장 먼저 솎아내야 할 세평이다.피나는 노력이 지속됐다.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가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를 만나고 마이크로 소프트사 빌게이츠와 이야기를 나눈것은 변신의 대시작이었다.
지난 6월 한국일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출신의 황소웅씨를 영입해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서 문을연 '21세기 정보화전략연구소'는 그의 도장(道場)이다.
최고문은 매주 2차례씩 경제, 역사, 과학기술등 3개분야로 나눠 해당 학계인사들과 함께 그룹토론을 나눈다. 일주일에 대충 4시간꼴의 학습, 최근 자신의서예전을 연것도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려는 행사로 이해됐다. '정보화 세계의 영웅들'이란 책을 출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사람은 머물러 있지 않고 발전해야지, 학교때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머물러있으면 썩는다. 과거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채우지 못한 것을 지금이라도 채워야겠다 싶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투사적 이미지는 내가 군사독재에 한번도 굴복하지 않고 한길로 걸어왔기 때문에 얻은 훈장아닌가"그가 공부하는 것에 대해 전략적인 제스처라고 폄하하는 이들, 투쟁가일뿐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에게 그가 맞받는 얘기다.
그의 이같은 노력들은 연말에 이른 지금 가시적 성과를 거둔 듯하다. 사실 최근 그를 만난 사람들이 "최고문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눌변도 상당히 해소됐고 말에도 논리가 정리돼 있다. 특강정치를 통해 하나하나 개념을 가다듬은 '한국개조론'도 자신의 공약마냥 진행시킬 방침이다. '3두마차론'도 그의 국민대통합론의 논리로 굳어졌다. 건강한 보수, 온건한 개혁, 약동하는 젊은 세력이 정치사회의 주축이 돼야한다는 것. 확실히 다르다는 감이다.
그는 올해를 내실(內實)을 다진 해로 평가했다. 그는 내실의 또다른 내용을 사람 만나기로 채웠다. 그의 서교동 사무실에는 하루평균 20명~30명씩 각계 각층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정중동(靜中動)속에 내실을 다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을 위한 내실인지에 대해선종내 마음을 숨겼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 내년 대선에 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 김영삼대통령과 정치적 동반자인 그가대통령이 대권금언령을 내린 마당에 이에 엇지게 갈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심(金心)에 조율하는일은 그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대선을 향한 '땅'소리를 예비하고 있음은 불문가지. 그는 이미 "내년 7월~8월쯤에는 언론등을 통해 정치철학과 정책관을 검증받을 것"이라고 대권도전 의지를 공개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민주계 맏형격인 그가 "아직도 불쌍하게 지내는 민주화동지들에게 미안하다"고 사석에서 종종말하곤 하는데서는 민주계 정권재창출의 '인간적' 집념까지 엿보인다.
나머지 부분의 핸디캡에 그는 개의치 않는다. 바닥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전국적으로 국민을상대로 정치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누구든 신한국당후보로 정해지기만한다면 급부상한다"고 말했다.
반김영삼대통령 정서에 대구·경북지역의 비토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 경제가 이만큼 오게된데견인차 역할을 한 대구·경북사람들이 국가를 위해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에 지역감정이나편견이 있을리 있겠느냐"는 원론적인 말로 응대했다.
같은 민주계인 홍인길의원이 김대통령을 만나고 나와 민주계 대권주자들이 "모래위에 성을 쌓는것과 같다"는 싫은 소리를 했다는 것이 보도되고 이에따라 '김심'이 최고문에 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여론에 "대통령은 민주주의 방식에 의해 절차와 과정을 자타가 동의하는 방향으로 잘 선택할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대선이 아닌 차기정권에서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극대화 하기위한 몸부림이 아니냐는 시각에도 일소했다.
최고문의 강점은 지난71년 제8대국회의원이 된 이래 6선에 이르기까지 30여년의 정치이력동안 험난한 군사독재시대의 고문과 풍찬노숙속에서도 야당으로서의 정치 외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도덕적 측면은 물론 추진력, 친화력, 조직력에서 탁월하다는 것이다. 공사구분이 모호하다는 평가나집권당 실세가 되고부터의 도덕성 시비도 있었지만 주요 흠결은 되지 못했다. 특히 당내지지 기반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않는다. 지난 총선당시 자신의 선거구는 단 5일만 머문 반면 90여군데의 지원유세를 다녔다. 의리를 중시하는 그가 자기사람을 만드는 독특한 방법이다. 여권내 최대사조직이라할 민주산악회는 여차직하면 그를 위해 나서 줄 1백50만회원의 막강 우군이다. 최근에는 불화설이 나돌던 민주계 결속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많은 조직들이 그를 위해 '스탠 바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사정없이 뛸 모든 준비를 차분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
〈裵洪珞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우원식 "최상목, 마은혁 즉시 임명하라…국회 권한 침해 이유 밝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