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YWCA 유해만화 조사

" 짱구는 못말려'를 안 본 아이들은 또래집단에서 끼이질 못해요. 애들에게 사다주면 아주 좋아할 겁니다"

만화 도매상을 찾아 요즘 가장 인기있는 어린이용 만화를 소개해 달라고 하면 하나같이 짱구는못말려'를 권한다. 출판사는 자율심의를 통해 이 만화를 성인용으로 구분했으나 주인공이 꼬마인 탓에 누가 보더라도 아동만화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또 이 만화는 선정적인 부분만 빼고이미 아동잡지에 연재됐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읽고 있다.

대다수 만화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을 가감없이 번역한 채 복제판매하거나 성인용을 아동용으로둔갑시켜 유통시키는데 문제가 있다. YWCA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플랜이출판한 블루'는 성폭행하려는 장면과 목욕탕을 훔쳐보는 것이 여과없이 게재돼 음란성을 풍기고 있다. 삼성코믹스의 마이'는 속옷차림의 여학생을 묘사하고 있어 성인이 보더라도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대원(주)에서 출판한 어덜트베이비(Adult Baby)는 횡사한 건달의 영혼이 신생아몸에 들어가 갓난아이가 벌이는 내용인데, 갓난 아이가 어머니의 가슴을 물끄러미 쳐다보거나 애무하는 장면 등을 보여준다. 도서출판 윤창의 엑설런트맨과 함께'는 성관계를 암시하고 동성끼리 키스하거나 동성애 장면을 내보낸다. (주)디엘의 현민의 체인지'는 중학생이 흥분을 하면 성(性)이 바뀌는 내용으로 변신 장면에서 여자로 변하는 주인공이 가슴을 쓰다듬고 있다.만화도매상을 찾으면 음란.폭력만화를 수십종 이상 찾을 수 있다. 경찰이 무허가 불법복제 출판사를 처벌하려고 해도 사후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어 단속하더라도 이미 불량.저질만화들은 대량 유통된 이후다.

또 법적인 제재규정이 사실상 전무하다. 만화의 사전심의가 없고 출판사 자율에 따라 성인용.아동용으로 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의무규정이 없어 대다수 출판사가 구분없이 만화를 유통시키고 있다.

성(性)에 민감한 아동청소년들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만화를 좋아한다는 점을 노려 많은 출판업자들이 허가 없이 일본만화를 수입, 대량유통시킨 뒤 출판사 명의를 바꾸거나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YWCA 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 한 관계자는 "제재 방법이 없어 아동.청소년 만화가 점점 더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청소년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의 연령이 낮아지는 것과 음란.폭력만화의 대량 유통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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