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내린 남구청장 협박 폭로사건

지난 5일 대구 남구청장의 '폭력배협박 폭로사건'은 불법퇴폐 유흥업소 심각성부각의 효과와 자치단체 내부갈등이란 후유증을 함께 남긴채 개운찮게 끝났다.

"단속중지 않으면 그냥두지 않겠다" "다음 선거때 보자"등등의 전화폭력에 시달려온 남구청장이이정훈 남구의회 의장등과 지난달말 노래방에서 가진 술자리사건까지 폭로하자, 관심의 초점은퇴폐업소의 치부나 폭력조직문제에서 '이름만대면 알만한 비호세력'이 누구냐는 쪽으로 옮겨 붙었다. 정계·관계의 인물이 아니냐는등 추측이 난무했다. 과거 일부 정치인들이 폭력배를 선거판에 동원했었다는 뒷얘기들 때문에 정치인-폭력배-유흥업소 사이의 검은고리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도 커졌다.

이때문에 전국 최초로 구청장과 구의회의장 대질심문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청장이 갑자기 "비호세력을 언급한바 없다"며 발언을 뒤집고 이의장의 압력부분만 강조하는 바람에 차기 구청장선거를 둘러싼 정치게임으로 굴절되면서 세인(世人)의 관심도 떠나갔다.

기실 구청장협박 파문의 본질은 불법퇴폐업소와 조직폭력배와의 연결고리, 10년이 넘도록 불법유흥업소를 뿌리뽑지못한 관·업(官·業) 유착의혹의 고리를 밝혀내자는 것이었다.그런데 파문의 핵심인 '검은고리'는 이의장 압력의 진위 또는 정치게임으로 변질됐고, 또 그변질에는 경찰도 한몫했다.

경찰은 12시간의 대질심문에서도 "상권위축 운운하며 업소단속 자제를 요청했다"는 구청장의 주장과 "오히려 단속강화를 요청했다"는 이의장의 부인에서 흑백을 가려내지 못했다.만약 이의장의 말이 맞다면 구청장은 "함량미달"의 청장이요, 구청장의 주장이 옳다면 이의장은거짓말쟁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폭로파문의 결과는 엉뚱하게도 지난해 11월 이구청장 집에 들어가 돈을 훔친 정모군(17)등 2명이 뒤늦게 구속되고 구의원들에게 술을 판 노래방이 1개월영업정지 당한것이 고작이었다.'해프닝'이라면 이 또한 이사건의 해프닝이었다.

폭로파문은 또 구청과 구의회간 감정대립이란 후유증을 낳았다. 구청장과 구의장이 서로 "그랬잖아" "내가 언제…"하며 한판 추태대결을 벌일 태세인 것이다.

진실은 두사람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폭로와 번복으로 혼란을 부른 이구청장과 폭력배를 저명인사들(?)의 술자리에 불러낸 이의장 모두에게 곱지않은 눈길인 시민들은 체면싸움만 하는 대표들의 모습에서 실망감이 클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이번 파문의 본질은 퇴폐·변태 유흥업소 뿌리뽑기요, 이본연의 업무에 구청·구의회·경찰 모두 삼박자를 맞춰야한다. 폭로사건이후 유흥업소의 병폐, 관·업유착과 관련된 제보·격려전화가 매일신문사에 숱하게 걸려왔었다. 바로 시민들의 소리였다.

〈崔在王·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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