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굿판-17번째 그밖의 사람들

"무업 맥잇기 평생동행" 김석출의 동해안 별신굿패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이 있다. 세습무지만 그러나 아무런 피붙이도 아닌 사람들. 그들은 별신굿판의 신명에 못이겨 김석출 일가와 함께 오늘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오태근(63). 부산에서 무업을 하고는 있지만 일거리는 많지않다. 왜냐하면 그가 할 수 있는 무악은 오로지 징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는 무업이 어렵다. 오로지 징과 함께 살아온 무업인생. 평소에는 입이 천근이다. 그러나 징채만 쥐었다하면 절로 노래와 사설이 줄을 잇는다."무슨 힘이 나를 이렇게 사로잡는지 모르겠어…징소리만 들으면 답답하던 일상이 화들짝 잠을 깨는것 같으니 말이지…"

김자중(56). 청하 월포에서 무업을 하고 있다. 굿판에 뛰어든것은 물론 어릴적 부터다. 꽹쇠부터징잽이 까지 못하는게 없지만 혼자서 하다보니 특출한 분야가 없다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러나솜씨는 만만찮다. 이렇게 김석출일가와 함께 판을 어울리다보니 항상 외톨이라는 느낌을 떨칠수는 없다. 아마 언젠가 독특한 일가를 이룰 꿈에 부풀어 있는지도 모른다.

지긋히 감긴 눈자위로 아금지게 말 못할 사연들이 응어리져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항상 무악을 연주할때 이런 모습이다. 한 시대를 스스로 응시하는 눈초리가 매섭다. 한사코 사진 찍기를 거절하다 끈질기게 따라 붙으니 포기하며 쳐 대는 꽹과리 소리가 자못 애처롭다. "꽈광 꽈광 깨갱갱…"마치 화난듯한 소리들이 줄줄이 동해바다로 흩어진다.

주영자(50.여). 강원도 동해시에서 일하고 있다. 얼쑤 추는 한동안의 춤사위 끝에 안주하는 그 고요의 세계가 있을까. 무아지경이다. 아무리 굿판이 떠들썩하고 왁자지껄해도 그 소리들이 자장가로 들리는 것일까. 이미 혼돈은 그에게서 떠나 버렸고 오로지 교감 끝에 만날수 있는 고요만 남아있다.

이밖에도 몇몇 사람들이 김석출 일가와 어울려 별신굿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일년에 서너차례함께 굿을 하며 그때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또 급한 일이 있어도 굿판에서 만나지 않으면 안된다.

무슨 끈들이 이들을 얽어 매고 있는 것일까?

〈金埰漢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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