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하얀 남자', 김덕룡정무장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이면 더 분주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바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지금부터는 대선때문에 바빠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최근까지 "지금은 대선을 이야기 할 시기가 아니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던 것이"꽃피는 봄쯤"이라며 운을 뗐다. 그 때 쯤이면 당내에서 자연스레 대선이야기가 부각될 것이고 자신의 거취도 밝힐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말이다. 분명한 진전이다.
또 최근까지 피하던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고 일주일에 2~3차례 각종 강연도 나가고 정치현안에대한 입장도 밝히는등 다른 예비후보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움직임이 공개적이다. 직설법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지향점이 97년말 대선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내비치고 있다.그는 김영삼정부에서 시작된 개혁의 지속을 이야기한다. 다음 정권은 화합과 전진의 개혁정부가돼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개혁도 함께하는 개혁이어야 하고 과거 들추기에 매달릴 것이아니라 미래지향적 이어야한다는 것이다. 말처럼 예비주자들 가운데 그는 가장 개혁적 이미지를갖고 있다. 지금도 재야와의 '줄'을 많이 유지하고 있다.
그는 또 김심(金心·김영삼대통령의 지원)을 얻기에 표면적으로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김장관은 18년을 김대통령의 야당시절 비서로 있었다. 이 가운데 9년은 비서실장이었다. 그를 김대통령의 분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그는 김대통령을 '총재님'으로 불렀고대통령도 그를 '김실장'으로 불렀다고 한다.
또 당내외에 광범위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안기부의 4·11총선 직후보고는 DR(김장관의이니셜)계가 30%%내외라는 것이었다. '9룡'이라고들하는 예비후보 수를 생각할 때 엄청난 수치다. 그는 "후보결정 과정에서 김심의 영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종적인 선택은 대의원뜻"이라고 한다. 대의원 확보에도 자신있음을 암시한 발언이다. 당내기반이 약하다는 영입파 '빅스리'(이홍구대표·이회창·박찬종고문)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김장관은 약점도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DR불가론'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논리가 이른바 케네디론이다.
불가론은 그가 여권의 대선주자 가운데는 유일한 호남(전북 익산)출신이라는 것이 요체다.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의 아성인 호남에서도 표를 얻기힘들고 영남표를 흡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민주계라서 반(反)YS정서가 기승을 부리는 TK표를 이탈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불가론의 중요한 근거다.
이에 비해 케네디론이란 지난 6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케네디 민주당후보가 공화당측의 가톨릭신자(미국의 주류는 개신교)이고 아일랜드계라는 공격에 대해 "나는 가톨릭계의 대통령후보가 아니라 민주당후보이고 우리는 아일랜드 대통령을 뽑는게 아니라 미합중국의 대통령을 뽑고 있다"고 반박한 것을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즉 호남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망국적 지역감정을 극복,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로서DR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개인적으로 어쩌면 영·호남을 이어야 하는 숙명적 책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너무 젊다(41년생, 만55세)는 지적에는 젊기때문에 세대교체를 이룩할 수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대교체를 통한 활력이냐 낡은 정치의 연장이냐가 다음 대선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말한다. 또 너무 개혁적이어서 전통적 여권지지층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 때문인지그는 당내 대표적인 기득권 세력인 김윤환고문과 잦은 접촉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개혁일변도 탈피를 위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주목할 만한 만남이 아닐 수 없다.그가 넘어야 할 고비는 이밖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이미지 문제다.
그는 투사이미지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아직 비서나 참모이미지가 강하다.
대중적이지도 못하다. 또 너무 무뚝뚝하고 차가운 인상이다.
대중성의 부족 즉, 여론조사 상의 상대적 부진에 대해 그의 측근들은 "1년이나 남은 지금 인기도라는 것은 거품"이라고 단정한다. 대중성과 인기도는 후보로 선출되면 급부상할 것이므로 이미지메이킹이 급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시대적 적합성과 잠재력 그리고 본선에서의 폭발력이 더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김장관의 최근 행보를 보면 느긋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선과 관련된 발언의빈도가 잦은 것은 물론 이제까지 주력해 오던 맨투맨식의 만남을 탈피, 대중접촉의 기회도 많이갖는다. 일주일에 2~3차례 이상 행하는 강연도 그 일환이다.
또 패션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양복의 색상을 다양하게 해보고 와이셔츠와 넥타이에서도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자주 이발소에 들러 부드러운 헤어 스타일을 연출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모두가 '부드러운 DR플랜'의 일환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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