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이래도 경찰입니까

"이래도 경찰이라고 할수 있습니까" 실종된 아버지를 찾던 최정혜씨(29·주부·경남 울산시 염포동)는 지금도 경찰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최씨의 친정아버지(최남식·50·회사원)가 퇴근길에 사라진 것은 지난 3월 13일. 울산서 사는 탓에 홀아버지를 자주 찾아볼수 없던 최씨는 지난 7월에야 뒤늦게 아버지의 실종사실을 알고 대구수성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그러나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 지난달 17일 대구로 올라온 최씨에게 경찰이 들려준 말은 " 모르겠다"는 퉁명한 한마디 뿐.

답답한 심정에 세살된 아들을 업고 사흘동안 시립희망원등 수용시설을 샅샅이 뒤진 최씨는 마지막 심정으로 시경 민원실을 찾았다.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변사자 명단에 올라있을지도 모른다는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시간동안 통사정을 했던 최씨는 "변사자 명단은 공문서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함부로 볼수 없다"며 내지르는 고함소리를 뒤로한채 죄지은 사람처럼 쫓겨나듯 민원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청을 방문해 변사자 명단을 확인한 최씨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퇴근길에 뺑소니 사고를 당한 아버지가 변사자명단 첫장에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했던 달서경찰서로 달려간 최씨는 "아버지 손가락에 굳은 살이 많아 지문확인이 불가능해 가족에게 연락하지 못했다"는 경찰관다운 답변을 또다시 들어야 했다.

"경찰청장님, 이래도 서민을위한 경찰입니까" 최씨는 여덟달 만에야 친정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한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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