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레이스-이한동(10)

신한국당의 이한동고문. 92년 여당 경선전에도 도전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아 중도 탈락한 아픔을 겪었던 인물. 그래서 이번 두번째 도전에 거는 의지는 남다르다.

현재 이고문측은 겉으로는 다소 느긋한 표정이지만 내심 일이 잘 풀리지 않는듯하다. 여권내 압축된 대선 주자군에는 속하지만 유력한 주자반열에는 좀처럼 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대중지지도면에서는 이홍구대표와 이회창, 박찬종고문이 앞서 가고 있고 민주계측으로부터도 아직 이렇다할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있다.

그래도 이고문측이 희망을 걸고 있는 대목이 있다. 우선 김영삼대통령과의 돈독한 관계이다. 이고문의 해박한 지식과 높은 경륜은 알려진 사실이다.

한 측근은 "대통령이 다른 대선 주자들에 비해 호감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대감을 포기하지 않고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에대통령특사로 갔다왔다.이고문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여타 대선 주자들처럼 "지금은안보와 경제문제가 중요하지 대선문제를 말할 때가 아니다"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선레이스를촉발시킬 사조직 확대도 전혀 꾀하지 않고 있다.

이고문의 강점은 당내 지지세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중인지도와 지지도는 상위권 수준은 아니지만 당내 대의원들의 지지는 상당한 편이다. 한 조사결과도 이회창고문에 이어 2위로 나타난바가 있다.

실제로 소속의원들사이에서도 보수 민정계, 그리고 중부권인사들을 중심으로 지지자들이 많지만여론조사 결과에서 워낙 기대치가 나오지 않자 이고문에 대한 애정이 이홍구대표와 이회창고문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

경북지역의 한 의원도"이고문이 당내 지지는 있으나 유력대선주자로 부각되지 않아 피해를 보는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와 관련 측근들은"아직 이고문을 선호하는 건전한 보수계층이 의사표출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당내에서 이고문을 선호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5·6공이후 줄곧 보수안정세력을 대표해 왔고 또 중부권 출신으로 통합의 정치를 피력해왔으며 친화력과 포용력, 사법, 행정, 입법부를두루 거친 경륜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정리될 수 있다.

경륜 대목은 이고문측의 중점 홍보사항이다.

"영입파 정치 신인들은 큰 국가대사를 헤쳐 나갈 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고문 자신도 근래"정치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크지 않으며 춘하추동을 겪으며 서서히 자라나는 느티나무와같다"고 설파하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고문이 그간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5, 6공 전력에대해 "당시의 경력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대에 무슨 일을 했느냐가 중요하다"며 정공법을 택하고나왔다.

그렇다면 이고문의 올해 성적표는 몇점일까. 정가는 득실이 별로 없는 평범한 수준으로 평가하고있다.

대중 지지면에서 상승곡선도 없었고 또 당내파문도 한번도 일으키지 않았다.

평지풍파를 일으켜야 성가가 올라가는 정치판 생리에서 그의 튀지 않는 행동은 어찌 보면 '꾀'가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같은 신중한 행보때문에 경선끝까지 나설 것인가 라는 의문이 따라다닌다. 측근들은 "이고문이 확보한 대의원표는 추측이상"이라면서"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나간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한 측근은 이고문이 김심(金心)에 대해 "총재가 누구를 지지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러나 실제로누굴 추천한다든가 혹은 그런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분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언급한 대목도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고문이 넘어야 할 산은 다른 주자들보다 더 많고 높다. 우선 대중 지지도를 높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올해도 총선이후 이미 70여차례 특강을 통해 전국을 몇차례 순회했지만 연말부터는 하루 3, 4건씩 강행군을 할 예정이다.

그는 시종 역설해온 '국가전략론', '국민통합론', '중부권 역할론'등의 원론적인 개념들을 실천적인 각론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그의 정치철학의 중심은 역시 통합론이다. 신년휘호인 천도무친(天道無親)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지연(地緣)을 떠난 인물임을 강조하는 듯하다.

이고문의 특징중의 하나는 여타 대선주자에 비해 역할분담에 더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유력 라이벌에게 당권도 보장하겠다는 복안도 있다. 그리고 여권내 대선 주자중 JP와의 연대대상에 올라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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