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제일 무서운것

초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다. 아이들이모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말다툼을 하였는데 결론이 나지 않아 어느고개를 지키고 있다가 오는 사람마다 물어보기로 하였다. 어떤 사람은 수소폭탄이라고 하고 또어떤 사람은 질병이라고도 하였는데 해가 질 무렵에 마지막으로 고개를 넘어온 초췌한 차림의 중년 남자는 제일 무서운 것은 망각이라고 하였다. 벌써 20년도 훨씬 전에 읽은 이야기인데도 붉은노을의 삽화와 함께 이따금씩 뇌리에 떠오르는데, 왜 그 남자가 망각을 제일 무섭다고 하였는지그 이유가 생각이 나지 않아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고는 한다.

바야흐로 망년회의 시절이다. 망년회라는 것이 한 해의 나쁜 일을 잊어보자는 것인데 더 효율적으로 잊기 위하여 사람들은 독한 술을 섞어 마시기도 하고 미친 듯이 몸을 흔들기도 한다. 며칠전 어떤 친구는 전화를 걸어 어떻게든 이 달을 무사히 살아남아 새해에 만나자고 비장한 어조로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쉽게 잊는다는 것이 결코 미덕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무슨 일이든 쉽게 흥분하고 뒤돌아서면 곧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 국민성으로 지적되어 왔다.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는 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쁜 일일수록 잊지말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개인의 인격은 과거의 언행의 집적이며 해가 바뀐다고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들 잊으려고 날뛰는 때에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일들의 목록을 하나하나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망각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는 뜻을 곰곰이 새겨보아야 할 때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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