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일본 대사관저 인질 사태는 20일로 만 이틀을 넘어섬으로써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대사관저 인질 사건은 향후 사태 진전에 따라 △페루 정부가 MRTA의 요구 조건을 모두수용하는 경우와 △시간을 끌면서 벌이는 조건 투쟁이 되거나 아니면 △무력을 사용한 강제 해산으로 시나리오를 추측할 수 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페루 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케이스다.
과거 일본 적군파가 지난 75년 8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미대사관을 점거하고 50명 이상을인질로 잡자 일본 정부는 적군파 5명을 석방했다가 나중에 이들 요원에 의한 항공기 납치 사건을초래해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조건 투쟁으로 페루 정부가 게릴라들이 당장 요구하는대로 식량과 의료품 등은 제공하는 쪽으로 일부 양보하면서 이들로 하여금 인질을 점차 석방토록 유도한다는 것이다.MRTA로 봐서도 인질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풀어주는 것이 다음 협상과 행보를 위해서도 오히려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상황이 매우 닮은 지난 80년 2월의 콜롬비아 산타페 데 보고타에서 일어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 점거 사건과 같은 해결 방식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당시 좌익 무장 게릴라 'M19' 멤버 약 20명은 대사관에서 열리고 있던 도미니카공화국 독립 기념 연회장에 난입해 미국과 브라질 대사 등 약 60명을 인질로 잡고 옥중에 있는 동료 석방과 인질들의 몸값을 요구했다.
당국은 'M19'의 동료 석방 요구를 끝까지 거절했다. 다만 범인 그룹에게 계속 대사관을 일방적으로 공격하지 않겠다고 사건 발생 초기부터 믿음을 심어줬던 것이다.
결국 범인들은 쿠바 정부의 협상 개입으로 인질 대부분을 석방하고 인질 일부와 백만달러를 갖고쿠바로 망명함으로써 사건은 61일만에 해결됐다.
오랜 시간이 걸려 비교적 큰 피해가 없이 해결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방적인 공격, 바꿔 말하면 실력 행사는 너무 인질이 많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선택 방안이다. 더욱이 이 방안은 페루 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인질의안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비교적 희박하다.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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