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도산은 우리보다 경제여건이 좋은 선진국에서도 다반사다. 올들어 대구지역 업체중 1천여개의 크고 작은 업체들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특히 올해는 수십년동안 지역에 뿌리를 내린 중견업체들이 불황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져 지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드리웠고 지역민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최근 2년간 지속돼온 불황여파는 연초부터 중견직물업체의 잇단부도를 몰고 왔다.
지난 1월16일 중견직물수출업체인 (주)성보(대표 이유신)의 부도는 지역경제 위기의 신호탄. 홍콩시장으로의 저가수출로 적자가 누적된데다 수출오더마저 격감, 계열사인 레미콘업체를 처분해야될 정도의 극심한 자금난이 부도의 원인이었다. 당시 성보의 부도피해 규모는 3백억원이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에는 차별화제품 전문업체로 유명한 (주)제림(대표 문선남)도 4억6천만원의어음을 막지 못해 무너졌다. 성보와 제림은 중견업체로 차별화제품 개발에 주력해왔던 업체들이라 두 업체의 부도는 업계에 심한 불안감을 안겨줬다.
4월1일에는 (주)유화섬유(대표 하청길)와 계열사인 (주)아양화섬이 홍콩과 동남아등으로의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오다 동반 부도를 냈다. 중견직물수출업체인 우진실업(대표 안병강)과 계열사인 우진섬유도 7월10일 총 7억5천여만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두 업체는 홍콩과 중동지역에 연간 1천5백만~2천만달러를 수출해 왔으나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수출부진이 겹쳐 도산에 이른 것. 당시 업계는 두 업체의 부도피해규모가 1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구미에 본사를 둔 중견건설업체인 대동건설(주)도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 8월31일 1차 부도를 내고 말았다.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대동건설은 9월18일 대구지방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냈고10월 22일 법정관리 전단계인 재산보전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대동건설은 구미를 중심으로 문경, 점촌에 이어 최근에는 대구시 진천지구에 1천2백10세대의 아파트공사를 하는 등 사업지역을 넓혀 왔다.
지난 72년 설립된 중견염색가공업체인 이화염직(대표 이충기)도 불황파고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25일 도산했다. 작년 매출이 1백17억여원 규모인 이화염직의 부도는 기업규모보다는 대표자이충기씨가 대구염색공단 이사장을 10년간 역임하고 섬유기술진흥원 이사장을 지내는 등 지역경제계의 유명인사였던 만큼 업계에 준 심리적 부담이 컸다. 같은날 홍콩, 중동지역에 '피치스킨'등을 주로 수출해온 대갑무역(대표 김정호)도 부도를 내 원사메이커, 임직업체의 피해액이 2백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매출규모가 5백80억원에 이르는 구미의 (주)원천산업(대표 김인국)이 부도를 내업계에 충격을 줬다. 원천의 부도로 원사메이커.납품업체 1백40억원, 은행부채 2백40억원, 무역금융부채 80억원, 3백90여명의 종업원 체불임금 24억원 등 피해규모가 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40여년간 국내섬유산업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해온 원천의 부도는 섬유업계에극심한 허탈감마저 안겼다. 업계는 중국 현지의 무리한 투자, 빌딩신축후 분양실패로 30여억원의손실 발생과 수출시장부진 등을 원천산업의 부도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2일 금성염직(대표 신현술)의 도산은 원천산업 부도 충격을 더욱 고조시켰다. 금성염직의 부도에 따른 피해액이 금융권 여신 3백95억원을 비롯해 원부자재 대금, 임하청료, 종업원 체불임금등 피해액이 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측됐다. 그러나 임직원들과 거래업체들이 회사살리기에 나서 최근 금성염직은 정상가동에 돌입하는 등 회생기미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구미의 중견건설업체인 신림종합건설(대표 최상철)도 오랫동안 자금난을 겪어오다 지난 2일 도산했다. 신림종건의 부도로 4백억원의 은행여신과 하도급 대금 등 피해규모가 7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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